EBS 장일순 선생에  대한 보도에 대하여

박창순 (EBS 방송본부장)

EBS는 지난 9월 4일 방송한 <무위당 장일순의 따뜻한 혁명> 프로그램과 관련 언론중재위에서 합의한 ‘보도문’의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지난달 27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다.

EBS소속 PD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합의를 하였으나 그것은 PD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서명으로 EBS의 공식적인 의견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장일순 선생은 학교법인 대성학원의 재산 일부를 출연하여  설립에 동참하고 초대이사장직을 역임하였으나, 학교법인에 많은 재산을 출연하여 학교법인을 설립한 사람은 장 윤 선생이며…”라는 보도문 내용은 장일순 선생이 대성학원 설립을 주도했는지, 동참했는지 역사의 진실을 가리는 일로 EBS가 나서서 규정짓거나 판단할 처지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교육자적인 양심과 철학을 가지고 학교설립을 발의하고 주도했느냐와 관계없이 많은 재산을 낸 사람이 설립자이고 상대적으로 적은 재산을 낸 사람은 설립자가 아니라는 식의 논법에 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액의 3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재산을 기증한 자중 생계가 곤란한 자에 대하여는 생계비, 의료비, 장례비를 지급할 수 있다(사립학교법 26조 2항)는 조항이 곧 설립자를 규정짓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학교 법인 상지학원의 판례(대법원 1998년 7월 10일 선고)에서처럼 ‘설립자’라는 호칭은 사립학교 법령에 인정하지 않는 용어이고 설립 초기의 임원은 변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에는 일반적으로 ‘정정보도문’ 아니면 ‘반론보도문’으로 나오는데 왜 이번 경우에만 정정도 반론도 아닌 ‘보도문’이라고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EBS에서는 이 부분에 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무슨 의도로 ‘보도문’이라는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했는지, ‘보도문’의 명확한 뜻은 무엇인지 중재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중재자인 법률전문가가 자신이 알고 있는 법률지식을 편의에 따라 혹은 중재신청인의 입장에 유리한 법리를 적용하여 법을 잘 모르는 PD한테 중재합의서에 서명하도록 부담을 주었다면 그 합의자체가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이 보도문의 근간이 되는 법리와는 다른 법리해석이 엄연히 존재하고 이와 관련한 판례가 다수 있는 상황에서 진실을 추구하기위해 다큐멘터리 정신 구현에 앞장서는 EBS가 보도문대로 방송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을 왜곡, 변질 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어 보다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대성학원 설립에 참여했던 분들이나 대성학교 초기 졸업생들 그리고 원주시민들의 양식이 뒷받침이 되어, 최종 판단이 내려지리라고 믿는다.

EBS가 방송한 <무위당 장일순의 따뜻한 혁명>에서 장일순 선생이 대성학원을 설립했다는 표현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대성학원 설립과 임원 취임에 관해 장일순 선생 명의로 발급된 문교부 공문서(문보제455호. 단기 4287년 3월 24일) 그리고 대성중학교와 대성고등학교의 초기 졸업 앨범에도 ‘학교를 세우신 분들(설립자)’ 로 장일순 선생님, 장윤 선생님, 김재옥 선생님이 사진과 함께 명기되어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자료가 있지만, 이 두 가지 문건만 가지고도 장일순 선생이 대성학원을 설립했다는 표현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학교 설립에 함께한 장윤 선생이나 김재옥 선생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도 힘을 모아 같이 설립했는데 왜 장일순 선생만 거론하느냐고 섭섭한 감정을 가질 수는 있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을 다룬 내용이므로 장일순 선생에 관해 초점을 보다 맞추기 위해 주제와 관련성이 적은 주변적인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 생략한 것이지, 장윤 선생이나 김재옥 선생이 대성학원을 설립하지 않았다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EBS에서 방송한 <무위당 장일순의 따뜻한 혁명>은 사립학교의 족벌 경영이나 설립자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를 파헤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아닐뿐더러 EBS는 현재 그런 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고, 역사적 사실에 관해 규정짓거나 판단할 수도 있는 일에 나설 의도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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