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 원 (학교법인 대성학원 이사)

지난 9월 30일 원주투데이에는 “대성학원 설립자 문제 공론화해야”라는 제목의 시평이 실렸다. 그 내용은 EBS방송에서 9월 4일 방영한 “장일순의 따뜻한 혁명”에서 다룬 대성학원 관련내용을 재인용하며 장일순 선생이 설립자일 수 있으며, 설립자를 공론화하여 명확히 가릴 필요가 있다는 요지였다.

그 시평에서 언급하였듯이 ‘6.25동란 직후 어려운 시절에 국가를 대신하여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운다는 것은 범인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故장일순 선생이 이처럼 의미 있고 소중한 업적을 이룬 설립자인데, 다른 엉뚱한 사람이 그 영예를 누리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혹이 근거 없는 일이라면, 재단설립을 위한 대부분의 재산을 출연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재를 출연하며 50여 년 동안 학교발전을 위해 온 몸으로 뛰어온 장 윤선생의 입장에서는, 설립자를 가리는 일이 마치 친자확인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유전자검사를 시켜야 하는 것처럼 그 자체가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대성학원은 그간 간간이 입소문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설립자가 곡해되는 것에 대해 굳이 공론화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아 왔다. 왜냐하면 명백함을 가리는 과정이 분란을 낳고 학교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훼손시켜 학교발전을 저해한다면 오히려 그것을 내버려두는 것이 ‘솔로몬의 재판에 서야했던 친어머니’의 심정이기 때문이었다.

언론중재위, 대성학원 관련
EBS 방송내용 정정 결정

50년의 세월은 한 학교의 역사로도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한 사람의 짧은 일생에서 본다면 삶의 대부분이자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어쩌면 설립자 장 윤 선생에게 있어서 자신이 세운 학교가 소중한 이유는 아끼던 재산을 내어 놓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학교를 발전시켜오는 과정이 자신의 생의 과정이기도 하고, 학교의 성장과정 그 자체가 숱한 고생과 눈물과 보람이 엉겨있는 자신의 삶 대부분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심정으로 침묵하는 것이 마치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되고, 설립자를 곡해하는 내용이 언론매체를 통해 재인용을 반복하더니 급기야 지난 9월 4일 EBS방송은 시청자들이 대성학원의 설립자를 잘못 인식할 만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였고 원주투데이에서는 이를 다시 인용하며 설립자 공론화 운운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대성학원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교육방송에 해명을 요구하였으나 방송책임자가 공식적 답변을 거부하며 오히려 언론중재에 제소할 것을 적극 제안함에 따라 법인은 부득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언론중재위원회는 10월 11일 양측이 제출한 자료들을 검토한 후 EBS  방송에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원주 대성학원을 설립했다는 내용을 반영한 것에 대해  “장일순 선생은 학교법인 대성학원의 재산 일부를 출연하여 학원 설립에 동참하고 초대 이사장직을 역임하였으나, 학교법인에 많은 재산을 출연하여 학교법인을 설립한 사람은 장 윤 선생이며, 장일순 선생이 ‘대성학원을 내 놓았다’는 표현은 당시 정치상황으로 인하여 이사장직을 그만 둔 것을 의미합니다”라는 보도문을 EBS­TV ‘EBS 시청자위원회’에 10월 31일까지 방송하도록 하는 법원판결에 유사한 결정을 하였다.  

대성학원을 명문사학으로 육성하는데 더 많은 관심 쏟아주길 …

비록 이러한 결정을 통해 설립자의 곡해나 대성학원의 명예손상을 막을 수는 있게 되었지만, 당연한 사실을 사실로서 확인받은 대성학원이나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름이 거론된 故장일순 선생 모두에게 이러한 과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설립자를 둘러싸고 마치 의혹이 있는 양 주장을 계속했던 사람은 솔로몬의 재판에서 아기를 반으로 갈라서라도 시비를 가리자고 하여 스스로 친부모가 아님을 보여준 여인의 모습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대성학원에 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업적이 아니라 대성학원이 지역의 인재육성에 기여하는 명문사학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대성학원의 성장발전이야말로 50년 전 의기투합하여 학교설립에 함께 하였던 설립자와 초창기 임원들의 소중한 뜻을 존중하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던 교직원과 대성동문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참된 길이 될 것이다.

장일순 선생은 장 윤 선생과 절친한 고교동기로서 대성학원을 설립하는데 기꺼이 동참한 교육동지이시다. 비록 초기 10년이란 기간이긴 하지만 대성과 함께 했던 시간은 대성의 긍지이며 그분이 남긴 애정은 교훈비와 교가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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