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규 (진광고 교사)

나라를 경영하는 자와 임금의 직무를 다스릴 자는 인재가 아니면 안 된다. 하늘이 인재를 내는 것은 원래 한 시대의 쓰임을 위한 것이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 귀한 집 자식이라고 하여 재주를 넉넉하게 주고, 천한 집 자식이라고 해서 인색하게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옛날의 어진 임금은 이런 것을 알고 인재를 더러 초야에서 구했으며, 낮은 병졸 가운데서도 뽑았다. 더러는 싸움에 패하여 항복해 온 적장 가운데서도 뽑았으며, 도둑 무리를 들어올리고, 혹은 창고지기를 등용하기도 하였다. 쓴 것이 다 알맞았고, 쓰임을 받은 자도 또한 자기의 재주를 각기 펼쳤다. 나라가 복을 받고 치적이 날로 융성케 된 것은 이러한 방법을 썼기 때문이다.

허균의 유재론(遺才論)에 나온 내용의 일부이다.

지금 고교등급제로 나라 안이 온통 시끄럽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한 ‘2001년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의하면 강남의 어느 학교는 조사 대상 28곳 중 꼴찌에 가까운 23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교가 강남에 위치에 있다는 것으로 고교등급을 잘 받아 그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을 많이 한다는 것은, 올바른 인재 발굴과는 관계없는 비교육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우리나라는 강남과 비강남의 처절한 싸움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 차원의 논쟁 중에 우리 원주는 어떠한가? 우리 원주 시민들의 의사와는 반대로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비평준화를 강행하고 고교를 등급화하여 인간 차별을 당해온 지 어언 10년이 넘었건만, 우리 원주의 강요되어 고착된 고교등급제는 이제 어쩔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강남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우리 원주는 고교등급제로 인한 비평준화 교육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선택권이라는 미명 속에 학생들을 두부 모 자르듯이 성적순으로 잘라 교육청 담당자와 중3 관계자가 만나 협의하여 학생들에게 성적순으로 학교를 선택하게 하는 이 일은 다 아는 비밀 이야기이다. 원주의 초등학생들까지 고교를 등급화하여 판단하고, 학교와 학생들 서로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아 공동체 활동이 잘 안 되는 우리 원주, 시민들까지 분열시킨 고교등급 고착화로 인한 비평준화의 고토을 이제는 과감히 털어버릴수 있어야 하겠다. 원주의 이러한 강요된 선택과 학교 등급화, 불평등 교육의 개선 여론이 높자 작년에 도교육청에서는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고교평준화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지난 해 12월에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결과 평준화 찬성이 55.6%로 비평준화 찬성 44.2%보다 훨씬 높게 나왔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원주의 평준화는 실시되지 못했다. 설문조사 대상 인원 선정도 학부모, 교사,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하여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한 현대판 ‘게리맨더링’으로 조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에서도 지적 받은 것처럼 원주는 시민들의 의사와는 반대로 평준화가 되지 못하였다. 한편 국민일보(2001.5.24)는 성기선(가톨릭대) 강태중(중앙대) 두 교수의 2년 간의 연구결과를 보도하였는데 평준화 지역의 고교가 도리어 학력 상승폭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이 경기도 교육청의 의뢰로 경기도내 평준화 고교와 비평준화 고교의 성적을 비교(동아일보 2000.10.4)한 것을 보면 재미있다. 대상 학교의 학생들의 성적을 3년 동안 관찰하여 조사한 결과 평준화 학생들의 모의 수능 성적은 36.9점이 오른 반면 비평준화 고교 학생들은 27.61점이 올라 평준화 지역 학생보다 11.99점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원주도 대학 입학 성적만 가지고 고교를 평가하지 말고, 각 학교마다 고1 때 성적을 조사하여 그 학교의 학생들이 고3이 되어서 어떤 성적으로 변화하였는가를 따져 평가하는 바람직한 교육적 평가를 실시해야 하겠다. 이런 평가를 통해 우리 원주도 고교를 등급화하여 성적도 떨어지고 상위권 대학도 도리어 진학을 많이 못하는 지금의 비평준화를 속히 과거 청산 차원에서 청산해야 하겠다. 10년 넘게 고교 등급이 고착화되어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서울공화국 사람과 강남 사람이 아니어서 그냥 지내온 세월이 마냥 씁쓸하다. 우리 원주 사람까지도 우리 원주는 얘기하지 않고 서울 강남만 말하는 세태 속에서, 천하의 인재를 얻어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한다던 허균이 몹시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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