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전교조 원주·횡성 중등지회 사무국장)

지난 5월 범국민교육연대의 강내희 연구위원장은 「공교육개편안」을 내놓으며, 우리의 교육현실은 한마디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교육이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하지 못한 채 사회적 여망을 오히려 배반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을 개탄하며, 교육현장 내에서의 민주주의의 결핍을 지적했다. 지금도 교육현장에는 군사독재 시절의 명령체계를 최고의 학교운영 방식으로 고집하며 주요사안을 결정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교육주체들간의 민주적 의결과정을 무시하는 학교장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민주성이 어디 학교단위에만 존재하겠는가. 도 교육관료들이 포진해 있는 도교육청의 비민주성은 지난해 고교평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함께 해본 학부모들이라면 모두 몸서리쳐지게 느꼈을 것이다.

한장수 교육감이 내놓은 강원교육지표는 ‘남과 함께 하며,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이었다. 언뜻 보면 개인별 특성을 살려서 남다른 교육을 하자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살펴보면 교육감의 신자유주의 철학이 그대로 배어있음을 알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 교육부문에 시장논리를 도입하고, 특권적인 엘리트교육을 강화하려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인 것이다.
갈수록 경쟁 구도 속에 빠져들고 있으며, 경쟁만을 강조하는 입시교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경쟁 구도에 교사들을 밀어넣은 소위 ‘교사평가제’라는 것을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것이 연내 입법화되게 되면 사실상의 학교평가가 진행될 것이고 이는 학교서열화로 또 다른 폐단을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교사평가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입시에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족집게 과외식’으로 수업이 전락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최근 경제관료, 경제학자들까지 나서서 교육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경쟁구조로는 부족하다는 궤변을 들고나와 특수목적 고등학교, 자립형 사립학교, 경제자유구역의 외국학교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사회 구성원 다수는 사교육비의 천문학적 증가라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가진 자들만의 엘리트로 상승하는 교육불평등, 교육을 통한 사회적 불평등 심화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빠졌으며, 누구보다 큰 피해를 보는 대상은 성장하는 학생들이다.
지금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꿈과 열정, 능력을 키우기는커녕 오히려 집단적 절망과 실패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것은 경쟁중심의 입시교육이고, 지식교육 중심의 교육과정이다. 오늘 한국의 초중등, 고등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대학입시나 취업에서 다른 학생들을 능가하는 경쟁력 획득뿐이다.

범국민교육연대가 제안하는 공교육의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그것은 “교육은 내용에서 사회적 생산성을 강화하고 운영과 의사결정의 민주주의를 확보함으로써 교육이 사회적 지배가 아닌 해방의 기능을 하도록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학교자치, 교육자치의 실시, 교육에 대한 민중적 통제 강화 등을 통해 교육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육내용의 사회적 생산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며, 이 과정에 교육주체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여러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내용 역시 사회지배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사회의 진정한 발전, 인간해방을 위한 것으로 채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교육은 공공성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가 교육의 평준화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강화해야 하는 까닭은 교육이 사회적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강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교육 철학은 학생들을 경쟁기계로 전락시키며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되 그것도 이미 경쟁에 이긴 계층의 자녀들에게만 엘리트가 될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불평등구조를 영속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범국민교육연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을 통한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이 사회적 해방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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