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 교육을 마치며

고창영 여성민우회 성상담소장

상담소하면 당연히 피해자의 억울함과 눈물부터 생각하게 된다.

나 또한 무참히 상처받은 성폭력 피해자와 가정폭력 피해자를 만나면서 도무지 끝나지 않는 이 전쟁을, 이 징그럽고 지겨운 반복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참으로 가슴 답답해 하곤했다.

그러던 내가 반복되는 가해자 교육을 하면서 새로운 눈으로 가해자를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 상담소에서 매주 두 차례 8시간씩 40시간 교육을 받던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지난 21일 무사히 그동안의 40시간 과정을 마쳤다.

처음 민우회 상담소를 찾아와 교육에 임할 때 심드렁하니 온갖 불만이 가득했던 그들이 마지막 수료식 날 촉촉이 두 눈이 젖어서 아쉬운 발걸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갔다.

맞을 짓을 한 사람들은 가만 놔 두고. 오죽하면 폭력을 쓸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에게만 불합리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억울해 하던 가해자들. 교육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그 불만스러움이 역력했던 그들이 차츰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되어 갔다.

교육 중간 K씨는 자랑스럽게 자기 머리를 내게 보여왔다.

어제도 집사람이랑 싸웠는데 전 같았으면 벌써 손이 올라 갔을 텐데 참았다고. 대신 자기 머리를 마시던 소주병으로 깼다고 상처난 머리를 보여왔다.

화가 치밀 때 면도칼로 자신의 얼굴과 배에 자해를 하면서 시원함을 느낀다는 K씨.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는 것도 역시 가정폭력의 하나다. 자해를 하고 있는 남편을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에겐 얼마나 큰 상처인가.

수료식 날 서로서로 손을 씻어주는 의식을 가졌다. 다시는 이 손으로 누구도 아프게 하지 말자고. 나는 K씨의 손을 씻어주었다. 내 몸도 아프게 하지 말라고. 소중하고 귀한 몸이라고. 누구나 화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그 화를 처리하는 지는 그 사람의 몫이다.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겠다고 손을 씻고 상담소를 떠난 내가 사랑하게 된 가해자들.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그 손으로 이젠 누군가의 아픔까지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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