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수
21세기 정책연구소 소장


“이번 총선을 통해서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시대는 끝났으면 좋겠다. 이제는 국회가 국민을 걱정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어느 젊은 여성유권자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제17대 국회에 대한 바람이다. 그리고 모든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세월 정치 때문에 마음고생을 해 왔다. 17대 국회는 국민의 마음고생을 덜어주는 행복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내는 자리였다. 또 ‘국정의 안정과 합리적인 견제, 의회정치의 다양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민의였다’라는 어느 신문의 사설 내용에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즉 우리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제17대 의회 구성원의 75%가 새로운 인물로 채워지고, 83.6%인 250명이 50대 미만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기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은 또 하나의 사건이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한국정치의 긍정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에서의 건전한 정책대결을 촉진시키고, 진성당원 중심의 정당운영 원칙을 중심으로 각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를 견인하며 의회운영의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다. 또한 정치개혁의 촉진제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듯 이번 17대 총선은 국민의 힘으로 반민주와 부패, 냉전수구, 대결주의, 지역주의로 특징을 짓는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정치를 심판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끌고 나가야할 정치개혁은 여전히 그 정도에 있다. 먼저 총선 과정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정책은 온데간데없이 국민을 편가르기하고 감성만을 자극하는 이미지 정치만이 난무했다. 또 엄격한 잣대로 보면 이번 총선에서도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에 의한 정당간 동서분할 구도를 극복하는데는 여전히 실패했다. 선거사범의 급증은 정치권의 부정과 비리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정치권의 진심 어린 자성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17대 국회는 반드시 정치개혁을 이루고 국민에게 다시 검증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구세력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세대·이념·지역을 놓고 온 나라가 분열과 갈등에 빠져있다. 더 이상 갈등과 분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해서는 안된다. 총선 결과에 승복하고 정치권 스스로가 화합과 통합의 길에 나서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의지하고 뜻을 모아 지역의 바람직한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정치권이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17대 국회에는 대통령 탄핵문제의 해소, 이라크 파병문제 재고 등 급박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부터 국민의 살림살이 문제에 이르기까지 발벗고 나서야 할 일이 산적해있다. 이제는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를 해야한다. 그래야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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