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간 평준화는 교사·재정·대학 평준화가 수반돼야 가능


치악산의 가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추풍낙엽이라고 했던가, 아름답던 가을 산의 단풍도 소슬바람에 낙엽지면서 다음해 생명의 근원이 되려고 하고있다.


조선조 500여년 간 관찰사가 머물던 이곳 원주가 이제 광역시를 꿈꾸며 강원의 제일도시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원주지역에서는 고교 평준화 문제가 불거져 여론화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서울 등지에서는 ‘고교 평준화는 헌법이 아니다’ ‘하향 평준화는 열등국가의 뿌리다’ ‘평준화 이제 그만’ ‘평준화는 사이비 종교다’ 등 등 평준화에 따른 문제점들이 각 언론지 칼럼, 사설, 시론, 여론마당 란을 메워가며 요란한데 원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고교 평준화를 촉구하면서 시위까지 벌리는 판국을 보고 시대에 역류하는 것 같아 심히 불쾌하기 그지없다.


강릉지역은 고교 평준화를 실시함으로서 영동의 수부 강릉에서는 출중한 인재들이 요소 요소에서 인정받고 있던 차제에 1992년 원주와 춘천지역이 고교 비평준화 지역으로 결정되자 많은 학부형들이 반대시위를 벌이면서 모 국회의원이 낙선되었다는 음해성 일부 여론과 함께 경찰관 2명이 홍천에서 시위와 관련 교통사고로 숨지자 그 시위는 종지부를 찍었는데 최근 전후사정을 살피지 않고 손쉽게 평준화를 고집하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일부 견해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고자 한다.


머리 좋은 학생들을 원주지역 여러 고교에서 골고루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논리라든가, 후배 학생들이 서울 명문대학에 합격률이 저조하기 때문에 비평준화는 풀어야 한다는 논리는 위험한 발상 일수도 있다.
우리 세대는 감수성 예민한 어린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는데 게을러서는 안 될 것이다.


학생들은 관내 여러 학교들 가운데 자신들의 지적능력, 학업수준, 취미, 장래희망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해야지 기계가 선택하게 해서는 안된다.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종류의 획일적 교육만 강요한다고 하면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결국 학부모나 지역 또는 국가가 손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1973년 정부가 고교 평준화 정책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을 입시 지옥에서 풀어주고 강제적 과외병을 잡는데 있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입시경쟁은 더 치열하고 사교육비는 해마다 늘어가면서 밤12시에 학원을 찾아가는 학생들이 늘어만 가고 있고, 해외 조기 이민, 기러기 아빠가 해마다 증가하는 기현상이 초래되면서 교육정책은 해마다 바꾸어가며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학교간 평준화는 원래 교사의 평준화, 재정의 평준화, 대학의 평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한데 과거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무리하게 졸속으로 시행했던 것이 결국 많은 학생들을 하향 평준화시켜 국가 경쟁력이 나날이 뒤떨어져 가면서 국가의 장래까지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학생들의 생각과 능력과 소질은 천차만별인데 어느 틀에 묶어 놓으니 창의와 개성뿐만 아니라 한계상황을 느끼는 경쟁 심리는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처지에서 공교육의 무력감에 대해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장남도 결국 1년간 재수를 하고서야 대학에 진학하는 일반 경향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학교 교육 현실이 이러할 뿐만 아니라 중앙 일각에서는 평준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제 평준화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차제에 고향 원주에서는 문제 투성인 평준화 주장을 또 다시 떠올리고 있으니 잘못된 과거를 찬양하며 옛날로 회귀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치악산의 낙엽모양 허허롭기만 하다


역사는 발전해야하고 보다 나은 능력과 소질 있는 젊은이들을 잘 가꾸어서 교육의 질적 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갖추어 지역의 일꾼, 나라의 재목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용찬/전 강원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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