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높이고 지급액 줄여야 기금 고갈 방지

정부에서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을 내 놓자 노동계, 재계 등 사회각계로부터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 생활안정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대표적인 제도다. 그러나 아무리 이상적인 제도라도 이를 시행할 재원이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국민연금에서 연금을 지급할 준비금 성격인 기금이 고갈된다면 그 기능은 상당부분 상실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금재정의 안정화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연금지급액을 낮추고 보험료를 올리려는 것도 현행 체제에서는 지금의 18세 이하 세대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47년경에 연금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연금재정의 고갈은 이미 충분히 예견되어 온 것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되어 있는 연금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급격한 노령화 추세로 인해 머지 않은 장래에 ‘내는 사람’에 비해 ‘받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리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따라서 기금고갈을 막고 장기적으로 제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인구구조와 경제여건 등을 전망하여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에서는 금년부터 5년 단위로 연금재정 상태를 점검하는 재정계산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금년에 처음 실시되는 재정계산을 앞두고 각계의 전문가로 국민연금발전위원회(위원장 송병락 서울대 교수)를 구성하여 1년 이상 연구와 토론을 거쳐 3가지 개선방안을 마련하였고, 이 3가지 방안을 중심으로 지난 4월부터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국민연금 제도개선을 위한 정부안을 확정한 것이다.
개선안의 주요내용은 현재 40년 가입자 기준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60%인 현재의 연금지급액을 내년부터 55%, 2008년부터는 50%로 줄이고, 연금보험료는 2010년 10.38%, 2030년에는 15.9%로 올린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 개선안으로 2070년대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연금 역사가 오래된 복지 선진국들도 앞서서 똑같은 경험을 겪었으며, 이미 연금지급대상 연령을 늦추고 지급액 하향조정, 보험료 인상과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 해온 선례가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연금지급율이 낮아짐에 따라 국민연금이 용돈 수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의 소득보장이 적절한가의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전에 비하여 출산율이 떨어지고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감속 경제성장 등으로 인하여, 이제는 노후 소득보장에 대해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가가 책임지는 국민연금에서는 최저생계비 정도의 급여를 보장하는 대신, 기업이 책임지는 기업연금(퇴직금), 개인이 책임지는 개인연금 및 기타 저축 등 다원화된 노후 소득원을 통해 스스로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국민들의 협조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이번에 처음 실시하는 재정계산을 비롯하여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가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이한상 국민연금관리공단 원주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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