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토지공사와 손잡고 원주시 장기종합발전전략을 수립해 지역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1군지사 이전, 인구유입 등을 포함한 체계적 종합발전을 위해서이다.
지난 시의회 임시회에 보고하고 협약안을 확정하여 협약을 체결키로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택지개발사업이 토지공사나 주택공사의 주도로 시행되어 이익이 많이 남는 지역을 선별·개발하여, 서남부권이 과잉·밀집 개발되고 동부권이 소외되는 기형적 개발을 가져왔다는 문제의식에서이다.
일단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적극 지지를 보낸다. 그런 전제 아래 몇가지 궁금한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원주시가 작년에 용역을 발주한 원주시 도시기본계획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의 문제이다. 도시기본계획 역시 이번 장기종합발전전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주역사 및 군지사 이전으로 도시공간 구조 개편’이 사업의 필요성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도시기본계획이 먼저 확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토지공사와의 종합발전전략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의 선후관계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두 가지 계획이 서로 따로 놀 가능성이 있으며, 심한 경우 막대한 용역대금을 치른 도시기본계획은 도상 계획으로 끝나 결국 행정낭비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또 현재 원주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명원주21실천협의회가 구성되어 구체적 계획의 수립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은 서로 밀접히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종합적’ 계획수립이 있지 않으면 계획을 위한 계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둘째, 토지공사 역시 독립 공기업으로서 자신의 이윤창출이 가장 중요한 가치일 것이라는 점이다. 원주시에서 토지공사와의 종합발전전략 수립이 필요한 이유를 도시개발사업에 토지공사 등의 공기업이 자기 이익을 우선한 결과 선별적·기형적 개발이 초래되었다고 제시하였다면, 이 점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공동 종합발전계획 수립안 역시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고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토지공사는 1군지사 이전과 관련 국방부와 공동으로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였는데, 올 연말쯤 나올 용역결과에 대해 자체 분석하여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면 정지뜰, 원주역사 그리고 기타의 땅을 1군지사 개발관련사업에 포함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원주투데이 9월 4일자).
결국 토지공사 입장에서 1군지사 이전과 관련 충분한 이윤창출을 확보하려 하다 보니 원주지역의 종합발전계획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원주시의 협조가 불가피하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종합발전계획이 아니라 그 계획의 기본정신이 균형적 발전이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기 보다는 토지공사의 자기이익 확보에 주안점이 두어질 위험이다.
넷째 그러한 점에서 원주시가 최근 밝힌 독자적 도시공사 설립 구상이 이해가 가며 나름대로 깊이 고민한 모습이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원주시가 토지공사와 공동으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을 보면 도시공사가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토지공사의 종합적 기술-계획수립, 개발경험 등-을 높이 평가하여 이 일을 사실상 토지공사의 주도에 맡기게 된다면 도시공사로서는 부수적 역할밖에 남는 것이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인데 지방자치 시대에 있어서 ‘주민과의 협의’라는 단계가 생략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주민은 이 사업에 돈을 댈 납세자이면서 이 계획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이다. 주민은 돈도 부담해야 하고 계획과 집행이 잘못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할 당사자들이다. 도시기본계획의 수립에 있어서는 법적으로 주민공청회라는 단계가 규정되어 있어서 계획안에도 올해 6월로 일정이 잡혀 있다.
중요한 점은 공청회라는 단계를 거치느냐 아니냐 라는 형식적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과정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며, 이 부분은 지역사회의 운영 철학과 그리고 지방자치가 달성해야 할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과 닿아 있는 부분이다.
신병식(상지영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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