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문(전 원주MBC 보도국장)



원주 고교평준화 논란 어제와 오늘


1991년 7월 춘천·원주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경쟁입시 부활(비평준화)을 위한 작업이 강원도 교육청 주도로 시작됐다.


원주시 교육청은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원주시교육발전위원회’라는 기구를 급조하여 비평준화를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위원들은 원주시 교육장이 임의로 위촉한 이른바 친여 성향의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9월 하순 ‘발전위’는 예상대로 비평준화가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도교육청은 이를 지역 전체 의견인양 명분으로 삼아 비평준화 제도를 확정하려 했다.


이때부터 원주시내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경쟁입시 부활 반대(평준화 존속) 운동이 가열돼 진광고 대성고 상지여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우산동 진광고교에서 출발한 수백 명의 학부모 시위는 남부시장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10월 한달 동안 계속된 반대운동은 11월로 접어들면서 강력한 행정력을 앞세운 도교육청에 의해 힘을 잃어 갔다. 정부(노태우 정권)의 강력한 행정력과 맞서기는 처음부터 힘든 일이었다.


결국 반대여론은 묵살되고 도교육청이 미리 정해 놓은 일정대로 경쟁입시가 부활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당시 원주MBC는 평준화(존속)를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것은 고등학교까지는 학벌을 위한 대학진학이나 영재교육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후세 국민을 육성하는 人性교육에 목적이 있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선진국처럼 고교까지 의무교육이 확대되면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100% 의무교육인 초등학교가 평준화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그때까지 10년 동안 시행하여 성공적으로 정착된 평준화 제도를 변경할 특별한 사안도 없었고 명분도 없었다.


비평준화가 시작되자 불똥은 곧 바로 중학교로 튀었다. 그전 중학생들은 고교입시를 위해서는 대부분 과외를 하지 않았는데, 중1때부터 고입 과외비 부담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초교 1, 3년생이었던 필자의 두 아이는 지금 모두 대학생이 되었지만 중1 때부터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했다. 일반적으로 고교 때부터 시작하던 과외를 3년 앞당긴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반대운동과는 관계없던 것처럼 보이던 새로운 학부모들이 대를 이어가며 불필요한 과외비를 부담하고 있다. 평준화 문제가 강산이 변해도 자꾸만 거론되는 것은 바로 이런 교육의 특성 때문이다.


원주고교입시 여파는 92년 총선에서 유력한 여당 후보가 낙선하고 무명 신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이변을 가져왔다. 그 만큼 평준화 지지가 많았고 관심이 컸기 때문이었는데, 요즘 또 여론조사 문제가 큰 쟁점이 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는 원주투데이(“교육감 선거와 고교평준화” 2002.1.14) 이 난을 통해 당시 교육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출마자들이 사전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현 한장수 교육감을 비롯한 출마자 전원이 평준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한 교육감은 평준화를 반대하는 듯한 느낌이다. 도교육청의 일련의 행태를 보면 12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당시에도 중립을 표방하면서 그랬다.


12년전 도내 여타 언론은 경쟁입시 부활을 찬성하는 쪽이었고, 원주MBC만 반대운동을 집중 보도했다.


그러자 반대운동이 덜했던 춘천지역 지인들로부터 볼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이때 필자는 강원도에는 뿌리깊은 일부 특정지역 및 특정고교 패권의식(또는 우월의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한 패권의식은 지금도 잔존하여 강원도 발전과 도민의 진취적 의욕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특별한 명분도 없이 비평준화를 강행했다고 했는데 바로 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평준화운동이 춘천보다 원주에서 먼저 일어나고 보다 적극적이란 점에 의미를 둔다.

강원 제1도시로 성장한 ‘젊은 도시 원주’는 고교평준화를 반드시 이룩하고 그릇된 패권의식을 불식(拂拭)하며 강원도를 선도해야 한다.


끝으로 최근 윤덕홍 교육부장관은 평준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초교 1년부터 고교1년까지 10년 동안은 국민이 꼭 알아야할 국민공통 기본교육을 실시한다.


국가 재정상 의무교육을 전부 못 시킬 뿐 고1까지는 의무교육이다. 그러니까 초중고 교육은 일단 공공성을 띤 국민기본교육으로서 평준화가 맞다.


그러나 평준화 부작용 해소를 위해 특수 학교를 더 만들 예정인데 반드시 재능 있는 학생이 가야하고 귀족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참고:EBS-TV 8월 31일 “일요초청특강, 21세기 지식기반시대의 국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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