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익지 않은 가위질을 하루종일 하다 보면 손마디가 저리고 다리도 쑤셨다.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마음에 선뜻 나서기는 했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봉사다 보니 그렇게 쉽지 만은 않았다.
깎아 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정을 부리는 사람도 많았고 차례를 따지며 싸우는 노인들을 말리기도 해야 했다.


때로는 딸이 되야 했고 때로는 엄마가 되어 그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줘야 했던 원주미용학원(원장:김인순) 이·미용 봉사팀.

이들은 4년전 김인순 원장이 무료 이미용봉사를 시작하자며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국화라이온스에서 5명 정도를 설득하면서 시작됐다.
김원장은 선뜻 자신의 뜻에 동의를 해준 회원에게 한달가량 미용을 가르쳤다.


커트부터 시작해 드라이까지 회원들은 정말 열심히 배웠다.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기술로 봉사하는 사람은 많지만 봉사를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미용학원 이미용봉사팀은 커트값 한푼도 아쉬운 이들을 위해 미용을 배웠다.
한달을 꼬박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나니 가위도 손에 익고 자신이 생겼다.
그렇게 배운 기술을 처음 발휘한 곳은 명륜종합사회복지관. 저소득층이 대부분인 이 곳에서는 매월 둘째주 화요일만 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복지관을 찾아온다.


머리를 자른 후 말끔해진 모습을 볼 때면 가슴 한 곳에서 기쁨이 밀려온다는 회원들.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더워도 늘 그렇게 이곳을 찾아온 이들은 이젠 식구처럼 돼 버렸다.


매월 찾아오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지기 마련이고 전화 한통화로 안부를 묻기도 한다. 거동이 불편해 복지관으로 오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유순임씨(55·우산동)는 한 가족이 모두 그를 찾아와 그들과 벌써 이웃사촌이 됐다고 자랑한다.


복지관에서 봉사가 끝나면 봉사팀은 밥상공동체로 이동한다. 이미 몇몇 노인들은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회원들은 또다시 가위를 든다.

김인순 원장의 권유로 시작한 봉사였지만 이젠 회원들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회원들은 이 두곳 뿐만 아니라 상애원등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지 달려가 봉사를 하고 있다.


김원장도 10여년이 넘게 원주교도소 여자 재소자들의 머리를 담당하고 있다. 두달에 한번씩 찾아가다 보니 장기수들과는 웃으며 얘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고 어깨를 덮는 긴 머리 퍼머를 20여명씩 해주고 나면 어깨가 뻐근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한다.


김원장은 봉사를 위해 이미용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무료로 가르쳐 줄 계획이다.
그래서 원주의 모든 불우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은게 그의 작은 소망이다.


회원들 역시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직접 만나 사랑도 전하고 머리 손질도 해주고 싶은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봉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마음 한 곳에 소중한 보석 하나를 가지고 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는 회윈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기쁨을 엿볼 수 있었다.


<서연남 기자>  ynseo@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