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늘 티격태격 해도
죽마고우가 최고”

“티격태격 해도 그때 뿐이지, 30년 넘게 쌓아온 우정이 어디 가나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죽마고우들이 무엇보다 든든한 힘이죠.”

늘 싱글싱글한 웃음으로 사람좋아 보이는 이광수씨(43)는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라 때때로 의견차이를 보이긴해도 역시 고향친구가 최고란다.


무실동 1통 3반과 4반, 본부락 ‘고향회’는 이 마을의 59년생 죽마고우 7명이 20여년전 결성한 친목모임.
이들은 동내 반장, 새마을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을 대소사에 늘 앞장서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더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별로 없다보니 모임을 꾸리고 있는 마흔이 넘은 자신들이 막내 노릇을 맡게 됐단다.


한달에 한번 갖는 고향회 정기모임에 온가족이 다 참석하는 날이면 어른들과 아이들이 제각각 어울려 곧 마을 사랑방이 된다고.

고향회 회원들은 올 겨울내내 스케이트장을 운영하느라 땀을 흘렸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는 보람에 힘든줄 몰랐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들은 추운 겨울에 아이들이 밖에서 놀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마을내에 무료 스케이트장을 조성했다. 어린 시절 매서운 추위에도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한나절 내내 썰매를 타던 기억들을 되살려 만든 이 스케이트장은 한달간 마을 쉼터가 됐다.


아이들은 물론 예순이 넘은 어르신들과 동네 부녀자들도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며 마냥 즐거워했다.
특히 설을 맞아 오랫만에 고향을 찾아온 이들은 너나 할것없이 이 마을 쉼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썰매를 빌려 갔단다.


고향회 살림을 맡고 있는 문천수총무는 “올해로 고향회를 결성한지 25년이 됐다”며 친구들 모두 마을 일에 함께하면서 평생 끈끈한 우정을 지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종성 기자>  jschoi@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