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지난해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해 온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기간을 2007년 말까지 연장하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안 시행령’을 개정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도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를 억제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이같이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 위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 상실은 물론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 더욱이 이번 조치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는 기업도시 건설, 지역전략산업 및 지역 산업클러스터 육성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업종 중에 의료기기산업이 포함된 것은 원주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원주 의료기기산업은 정부에서 산·학·관 협력모델의 성공케이스라며 산업클러스터로 지정한 산업이다. 이제 막 날개를 펴려고 하는 시점에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집중과 선택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지역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원주시는 의료기기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외국기업은 물론 국내 의료기기업체 중 규모가 큰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이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의료기기산업에 관한한 원주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지역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균형발전 또한 가능하다.
우리는 정부가 비수도권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무리수를 둔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인한 수도권의 민심이반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발상이 이러하다면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 공공기관이 몇 개 들어선다고 해서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력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나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경제력 분산정책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제한 완화를 철회해야 한다. 또한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설 규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유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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