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단체보험은 김기열 시장이 민선 1기에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위해 마련한 시책이다. 단체보험은 시 예산으로 보험료를 대납하고 수혜는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었을 때 100만~2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원주시가 보험 가입 후 그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1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이 사실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중 50명은 이미 보험금 청구 시효가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금을 받지 못했으니 보험료로 납부한 시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저소득층에 대한 무성의한 행정은 이뿐이 아니다. 원주시는 지난해 단체보험을 통한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시 예산에서 직접 지원하기로 방침을 변경하고 조례를 개정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 지원을 못하다가 추경예산을 편성해 시행하고 있다.
대상자를 소급 적용해 불이익을 당한 사람은 없지만 필요할 때 지원하지 못한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보험 약관이 까다로워 보험금을 청구해도 못 받을 것으로 판단,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청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이 시책의 근본 취지가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데 있으므로 단 한명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 만약 보험의 수혜자가 공무원이었다 해도 그렇게 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소득층 대부분은 배움이 많지 않고 행정에 대한 관심도 없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원주시 시정구호가 ‘더불어 함께 사는 행복한 원주’인만큼 저소득층을 위한 행정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자치단체의 서비스 수준은 많이 향상됐다. 시청 민원실이나 동사무소 내부도 공무원보다는 민원인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고 있고, 고압적인 태도나 퉁명스런 말투도 사라졌다.
그러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아직도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공직사회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적당히 욕먹지 않는 선에서 일하는 게 현명하다는 공무원 내부의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무원이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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