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관련한 문제는 정부차원에서도 풀기 어려운 난제중의 난제이다. 멕시코에서 열린 WTO 세계 각료회의에서 농산물 시장개방에 반대하며 할복 자살한 이경해씨의 일을 생각해도 농업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하며 그 타개책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원주에서 나타난 현상들은 부분적이나마 앞으로의 농업정책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려운 농촌현실에서도 주민들의 의지와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원주지역 농촌마을이 정부가 실시하는 각종 시책에 참여해 받은 상사업비나 사업지원액은 35억여원에 달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것을 3개 마을에서 독차지했다는 것이다.

흥업면 대안1리의 경우 새농촌우수마을로 선정돼 받은 상사업비 5억원 등 8억6천만원을 지원 받았다.

가구수가 100여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1가구당 860만원의 혜택을 받은 것이다. 물론 현금으로 분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 경쟁력이 그만큼 향상될 것이고 이는 주민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소득은 새농촌건설운동 등을 전개하면서 생긴 주민들의 자신감과 연대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농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사업비를 독식한 마을들의 분위기는 여타 마을에 비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한다.


어려운 농촌현실을 한탄하면서 변화할 줄 모르고 살아가는 여타 마을과는 달리 ‘잘사는 농촌’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뭔가 새롭게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과 자발적 노력이 지속된다면 이 마을들은 부농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렇다면 소위 잘 나가는 농촌마을과 그렇지 못한 마을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차이는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농촌이 고령화 되다보니 대부분 옛날방식대로 농사를 짓고 변화를 두려워해 소득증대의 기회가 있어도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젊은 지도자가 있는 마을은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 농촌지도자를 키우는 것이 어려운 농촌현실을 타개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마을 단위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 농촌도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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