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시제도 개선이 평준화에 대한 여론조사 대상자 선정 문제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고교평준화 추진위원회는 도교육청이 여론조사 대상에 인근지역 교장·교감과 장학사를 전체 대상자의 15% 정도 포함시키려고 하는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 도교육청 앞에서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도 기존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더욱이 이 여론조사는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어 평준화를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강행한다면 고평추 측과 불신의 골을 더 깊게 할 뿐이다. 또한 이대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3개월 여 진행해 온 평준화 논의가 물거품이 됨은 물론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른 것은 도교육청이 평준화를 실시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교평준화 추진위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비평준화를 지지하는 학부모 모임과 고교평준화 추진위가 합의한 내용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자 뒤늦게 도교육청 안을 고집하고 나왔다.

이에 대해 고교평준화 추진위는 도교육청이 원하는 것은 비 평준화인데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여론조사 자체를 무산 시키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그 동안 보여온 태도를 종합해 보면 고평추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고교입시제도 개선을 표류시킨 책임은 도교육청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감을 비롯한 도교육청 관계자들이 관료적 사고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또한 고입제도 개선은 단독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유야 무야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평준화 논의를 이해집단간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변질 시켜서는 더더욱 안 된다.


아울러 평준화는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할 가치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며 현재의 교육과정은 사실상 평준화가 지향하는 교육목적에 맞춰 개선돼 왔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한다.


그 동안은 사회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데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소모적 논쟁으로 시간만 낭비해 왔다. 따라서 평준화냐 비 평준화냐를 결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평준화를 전제로 시행시기를 신중히 검토하고 평준화로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대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