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원주에서 불붙기 시작한 고교평준화 요구는 몇 차례 진통은 있었지만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하는데 합의하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 7일 도교육청과 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이하: 고평추)는 여론조사 대상을 누구로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실상 예견됐던 결과다.
고교입시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결정함에 있어 여론조사 결과는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평준화와 비평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와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방법과 대상 결정은 평준화를 요구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협의가 결렬된 것도 도교육청이 여론조사 대상에 장학사와 원주·춘천·강릉 인근지역의 교장·교감을 포함 해야한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의 주장은 장학사는 교육전문가이고, 인근지역 교장·교감을 포함해야 하는 것은 인근지역에서 학생들이 유입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평준화를 주장하는 고평추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인원이 전체 대상자의 15%를 차지하기 때문에 도교육청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평준화 찬성비율이 그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평준화가 일반적 여론에서 앞서고는 있지만 교사와 학부모를 50:50으로 최종 합의한 상태에서 15%를 교육관료가 차지할 경우 결과를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도교육청이나 고평추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고교입시제도 개선안 마련은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론조사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교육수용자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의미에서 보면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교육정책을 여론으로 결정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학부모들의 경우 국가교육을 생각하기보다는 자기자식에게 유리한 제도를 좋아할게 뻔하다.
따라서 의견이 다른 집단이 자기 주장만을 고집한다면 개선안 마련은 불가능하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생각해 보길 바란다.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는 없다. 어떤 제도로 결정되든 그 제도의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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