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9일 고교평준화 지역 지정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광역자치단체 교육청이 평준화 실시지역을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교육제도가 지방마다 다르게 운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고교평준화 문제는 우리사회가 오랫동안 논쟁을 계속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숙제이다. 따라서 평준화냐 비평준화냐의 판단은 국가적 차원에서 연구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지 자치단체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들어 강원교육계는 고교평준화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세력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찬반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 했다고 하지만 조사방법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지역민간 편가르기와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평준화 문제가 뜨겁게 달아 오르면서 시민들은 자신의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원치않는 방향으로 결정될까 걱정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자기 자녀와 학교의 유불리에만 집착할뿐 대의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교육정책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교육인적자원부는 평준화 문제를 지방에 넘기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평준화에 대한 분명한 정책을 수립, 우리사회의 소모적 논쟁을 종식 시켜야 한다.


중학교 과정을 입시전쟁에서 해방시키고 학교간 우열을 철폐하자는 평준화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원칙적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제도이며 교육이 추구해야할 이상적 형태이다.

그럼에도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우리사회의 병폐인 학벌주의가 여전한 상태에서 평준화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무시험으로 들어가더라도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소위 명문대학에 가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하는 현실이 평준화 실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평준화 실시를 놓고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평준화를 실시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동국대 박부권교수에게 의뢰해 실시한 평준화 의견조사에서 교사의 67%, 학부모의 63%가 평준화를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교육인적자원부가 평준화에 대한 권한을 이양하려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태도이다.


많은 국민이 평준화를 찬성하고 있는 만큼 평준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을 도입, 더이상 이 문제가 우리사회의 갈등요소가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정부도 학벌주의 사회풍조를 없애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그래야 평준화가 뿌리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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