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향교 권모 전교가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권전교의 구속으로 96년 이후 원주향교 역대 전교 4명이 모두 사법처리 됐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들은 도덕의 상징이라할 수 있는 유림의 대표들이 공금횡령이라는 파렴치한 행위를 잇따라 저질렀다는데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향교가 어쩌다가 이렇게 망가졌을까. 사법처리된 네명의 전교가 공금을 횡령한 수법은 대부분 향교 소유의 땅을 매각하면서 돈을 빼돌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같은 일이 계속해서 발생했다는 것은 향교운영이 그만큼 허술했다는 증거다.


유림총회에서 선출되는 전교는 향교운영에 관해 전권을 갖는다. 감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전교의 불법을 견제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역대 전교들이 향교의 대의원 역할을 담당하는 장의나 총회 회원이 되는 유림을 자기사람으로 교체해 투명한 운영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도 내부자가 권전교의 비리를 외부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전교들이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유림을 자기사람으로 채워왔고 누적된 비리를 승계하면서 똑같은 수법으로 잇속을 챙겨 왔다고 할 수 있다.


향교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동안 수차례 땅을 팔아먹어 이젠 더 팔아먹을 땅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토지 임대료등 향교 운영비가 연간 2억원에 달해 향교 운영이 투명해지지 않는한 전교에 의한 비리 발생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원주향교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지역사회 여론이다. 뜻있는 인사들은 향교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향교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현 장의나 유림 대부분이 비리를 저지른 전교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개혁은 불가능하고 외부개입을 통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 장의나 유림은 이러한 시민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유림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지역 원로들과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원주향교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 위원회에서 향교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새 전교를 추대하는 것이다. 새로 추대된 전교가 비대위와 함께 장의와 유림을 새롭게 구성하고 투명한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향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원주향교는 일부 유림들의 향교가 아니라 원주시민의 향교이다. 혹여 현 장의나 유림들이 향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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