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자립·협동이라는 신용협동조합 정신을 주민들의 건강문제 해결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원주에서 시작돼 관심을 끌고 있다.
밝음신협, 원주한살림, 원주생협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원주 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이 그것으로 지난 15일 발기인대회를 갖고 내년 5월 공식설립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의료생협은 말 그대로 주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다양한 의료활동에 함께 참여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일종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의 의료체계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개인적으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의료생협은 의료행위의 주체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병원을 설립하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등 상업화 되어가는 의료행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의료생협이 활성화되면 치료보다는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며 이러한 활동들로 인해 지역사회가 건강해 질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130여개의 조합이 설립돼 조합원수가 170만명을 넘을 만큼 활성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생협은 94년 설립된 안성의료생협이며 96년 인천에서도 결성돼 보건예방학, 체조교실, 가정간호활동등 도시민들에게 필요한 보건활동을 펼쳐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는 국내에서 의료환경이 비교적 양호한 도시이다. 그러나 치료환경이 좋다는 것이지 지역주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의료생협 설립은 원주시민 모두에게 희소속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인간의 삶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공동체적 협동과 자연과의 조화이다. 원주는 도내에서 최초로 신협을 탄생시켰고, 생명과 공동체운동을 이념으로 한살림운동이 태동한 자랑스런 고장이다.


또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참여하는 소비자 협동조합을 창립시킨 저력을 가지고 있다. 원주의료생협도 이러한 정신적 토대 아래 출발하는 것이므로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 확신한다.
생협운동은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로 병들어 가는 현대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해 줄 수 있는 대안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속에 모범적인 형태로 설립되길 기대한다.


이와함께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며 꾸준히 성장해 온 신협이나 생협, 그리고 한살림 운동이 원주의료생협 설립을 계기로 더욱 뿌리를 튼튼히 내리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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