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실시된 대학입학 수능시험 결과에 대해 언론은 일제히 난이도 조절의 실패를 ‘충격’으로 보도하고 있다.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됨으로써 대다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좌절에 빠졌고, 일선교사들은 진학지도에 혼선을 빚고 있으며, 중하위권 대학의 눈치작전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지난해 동점자 처리로 골머리를 앓았던 세칭 명문대학 입시관계자들만이 높아진 변별력을 이유로 환영하는 눈치다.
그런데 진학지도의 혼선과 치열한 눈치작전을 우려하는 언론의 보도는 작년 11월 15일 실시된 수능시험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이유가 난이도 조절의 실패가 아니라 변별력 확보의 실패였다는 것이고, 눈치작전은 중하위권 대학이 아니라 중상위권 대학을 겨냥한 것이 다를 뿐이다.


또한 시험결과에 대한 수험생 및 학부모들의 충격도 작년의 경우는 다수 고득점 수험생들의 대거 탈락이 확인된 지원대학의 합격자 발표 직후였다면 금년은 수능시험 직후라는 시점의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격시험이 아닌 다수가 경쟁하는 시험에서 변별력과 난이도는 양립 자체가 매우 어렵다.


특히 수십만명이 동시에 치르는 현행 수학능력시험제도를 고수하는 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변별력 확보와 난이도 조절을 둘러싼 논란은 매년 반복될 공산이 크다. 또한 대학의 서열화와 절대다수의 대학진학 희망자가 존재하는 한 수험생및 학부모들의 고통은 시험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반복될 것이다. 오히려 그 고통은 시험을 치르는 당시가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는 시기부터 모든 수험생및 학부모가 공통적으로 겪는 고통이기도 하다.


다만 교육부는 정책실패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즉 학교교육에의 충실을 강조해놓고 정작 시험은 교과서만을 통해서는 쉽게 풀 수 없도록 출제했다면 자가당착의 입시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과외수업을 받은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 재학생과 재수생, 그리고 지역 간의 성적차별화가 예년에 비해 커진 결과가 되었다면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입시정책의 실패로 보든 경쟁시험의 당연한 귀결로 보든, 수능의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특히 정신과 의사들은 다른 사람도 같은 상황이라는 현실을 냉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비교의 비극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사회병리는 최소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학부모와 일선교사의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불안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의 태도도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교육부는 출제가 쉽든 어렵든 수험생들로 하여금 난이도 예측이 가능하도록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며, 차제에 학생선발의 대학자율화 등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