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연 일 (북원여중교사)


서로의 장점을 살려주는 별칭으로 기 살려주는 아이들 사랑스러워

교정에는 하얀 목련과 노란 개나리가 한창이고 앞산에도 물오른 연두빛 나무들과 봄꽃들이 수채화 같은 풍경을 그려내느라 한창이다.
봄날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웃는 모습, 뛰노는 모습, 재잘대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전경이 되어 다가온다.


며칠 전, 화사한 봄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예쁜 이름을 붙여 주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그동안 불리어 온 별명을 조사해 보니 느끼느끼, 돼지, 뻐드렁, 볼뚱땡이, 맹구, 변태, 깜보, 싸개등등 신체적 결점이나 실수나 이름 때문에 붙여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말에는 칭찬이나 장점 사람의 기를 살리는 말과 꾸중, 단점 지적, 흉, 비난과 같은 기를 죽이는 말이 있는데 아이들 또래 언어문화는 기죽이는 말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4명씩 조를 나누어 한 학생 당 4장의 종이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지금껏 생활하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긍정적인 특징들을 자연물이나 인공물의 이미지로 표현해서 돌려주라고 하고 20여분의 시간을 주었다.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 하면서도 자신과 친구들의 장점이나 긍정적인 특징들을 이미지와 연관시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참 진지해 보였다.


20여분이 지나고 아이들은 자기가 지은 별칭과 더불어 친구 3명이 지어준 별칭을 받아들고는 흐뭇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서로 돌아가며 별칭을 지어준 이유를 말하고 그 중에서 가장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씩 골라 자기 고유의 별칭으로 정하기로 했다.
반딧불, 보약, 백합, 신동, 복숭아, 꽃미남, 눈, 하늘, 소리, 거울, 장미, 백합, 폭포, 나무, 햇님이, 명랑 소녀 등등의 별칭이 정해지고 아이들은 서로의 별칭을 외우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 나고 예쁜 이름들인가!


앞으로는 이름 대신 별칭을 부르자고 약속을 했다. 무심결에 단점이나 결점으로 친구의 인격을 깎아 내리는 대신 장점을 찾아내어 서로 인격을 존중해 줄 또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된 아이들.
별칭을 가장 많이 불러준 친구를 정해 선물까지 준비한다고 하자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요즘 교실에서는 ‘기 살리는 말’로 아이들끼리 서로의 기를 팍팍 살려주고 있다.

봄날 나무와 꽃들보다 인생의 봄을 맞은 아이들에게서 더 아름답고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따뜻한 봄날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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