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아이들



아이들 스스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가파른 산을 올랐다.



새로 부임한 시골 학교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아이들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외우며 부지런히 아이들 곁으로 다가서도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는 것은 아직 함께 한 시간이 짧아서였을 뿐일까? 시간의 짧았음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땀흘리는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교실 밖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마침 학교 뒤편에 큰산(덕봉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에 가보았냐고 물어보니 가본 아이들이 서너명 밖에 없었다. 자연보호활동도 할 겸 향토체험도 할 겸해서 아이들에게 등산을 하자고 제의하자 신이 나서 좋아했다. 며칠 뒤 아이들과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가파르고 힘이 드는 산길이었다. 별거 아니라고 쉽게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발걸음이 점점 늦어지며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30여분을 걷자 중도에 포기하겠다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힘들면 굳이 오르지 않아도 좋다고 했는데 몇 몇 아이들이 나서며 함께 왔는데 모두 정상까지 오르자며 포기하려는 아이들을 설득했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앞에서 손을 잡아 이끌고 뒤에서 밀며 가파른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종해라는 아이는 힘들어서 구토가 날 것 같다고 주저 앉았다가도 일어서 걷고 예원이는 편도가 부어 힘들지만 그래도 꼭 오르겠다고 눈물까지 흘리며 걷는 모습이 참 대견하기만 했다.


병에 담아간 물을 함께 나눠 마시며 갈증을 푸는 모습들, 숨을 몰아쉬며 땀을 닦는 모습들이 정말 무슨 큰일이나 하러 나선 사람들처럼 느껴질 정도로 진지하게 보여서 좋았다. 지친 친구 곁을 떠나지 않고 쉬어도 곁에서 같이 쉬고 걸어도 앞뒤에서 이끌고 밀어주며 정상으로 오르는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내게 잔잔하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1시간30분 여를 그렇게 의지하고 이끌며 오른 정상에서 아이들은 환희와 기쁨으로 소리를 지르고, 멀리 산밑에 보이는 책상 만한 학교건물과 교실 만한 운동장 그리고 매일 지나다니는 시장거리와 산 너머 강 건너 보이는 자신들의 마을을 손가락으로 확인하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사진을 찍고 힘들게 올랐던 길을 함께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올라갈 때보다는 쉽게 내려왔다. 학교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저녁햇빛아래 더 발갛게 물들어 예뻤다. 함께 손을 잡고 함께 옷에 매달리고 하며 밀고 끌고 오로지 함께 한 아이들의 눈빛도 더 까맣게 순수해 보였다.


교실 밖에서 그렇게 함께 한 3시간여의 산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정겹게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인사를 했다. 전날보다 더 진한 목소리와 더 초롱초롱하게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와 웃음 띤 얼굴들이 한결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래 함께 뒹굴고 함께 땀흘리며 일년을 살아보자’

교실 안으로 봄날 아침햇살이 싱그럽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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