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한 친구관계 걸림돌


“너무 썰렁하고 살벌하기까지 했어요.”

원주중학교 1학년생인 이모군(14)은 처음 중학교에 입학해 느낀 자기 반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낯설었던 친구들과 1년을 보낸 지금은 거의 모든 친구들과 거리낌없이 지내지만 상급학교에 진학한 초기에는 반 친구들간 싸움도 자주 일어나고 신경전도 벌어진다는 게 이군의 말. 국제 간호학회지 2월호에 실린 서울산업대 사회체육학과 김영호 교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의 41%가 “대인 적대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예민해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74%가 ‘그렇다’고 답했다.


김교수는 이와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청소년들이 대부분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시간을 보냄으로써 생기는 ‘자아중심적 성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어 김교수는 이러한 적대적 감정이나 예민성을 타파하고 대인관계를 올바르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가족, 친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청소년들이 발길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자신의 자녀가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잘 적응하길 바랄 것이다. 대부분에 학부모들은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라는 덕담식의 말을 건네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투적인 말은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교수의 연구결과처럼 자녀들이 갖고 있는 자아중심적 성향을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고 이와 더불어 적대적 감정 유발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원만한 교우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


원주시 청소년상담실 최영애 전문상담원은 “대부분의 혼자 큰 아이들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컴퓨터 발달에 따른 놀이문화의 폐쇄성 또한 자기중심적 성향을 강하게 길러 대인관계 형성에 걸림돌이 된다”며 학부모들이 상급학교 진학하기 전 남은 시간 동안 자녀들 스스로가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급학교 진학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도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에 중요한 부분. 최상담원은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유발해 필요없는 경쟁이나 싸움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줌으로써 친구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 최상담원은 “친구관계가 원만치 않으면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자녀들이 성적보다는 친구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