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존재들

십 수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그들을 어떤 존재로 보아야 하는가는 늘 무거운 질문이 아닐 수가 없다.

그들을 내 식으로 맞추어 몰아왔던 것은 아닐까? 나의 방식에 순응하지 않으면 못마땅한 아이로 인식했던 적은 없는가? 이런 스스로의 질문들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어딘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그건 아마도 교육이란 진정한 의미를 때론 도외시한 채 교사로서의 일방통행만을 고집했던 어리석음의 결과이리라.


학력이 학생의 모든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 교육현장에서 달리 아이들을 판단하는 기준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교사가 학생을 교육하는 것은 절대적 변화를 전제로 해야 하고, 그 변화 가능성을 믿는 가운데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십대는 인격을 형성해 가는 조형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결과를 바라고, 성급하게 교육적 효과를 얻어내려고 하다 보면 자칫 나타나지 않는 변화에 지쳐 버리거나 체념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가 진정한 교육자적 소명의식과 애정 어린 관심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고 지도한다면 언젠가 그들의 인생에서 교사의 보이지 않는 얼굴이 빛을 발하게 되리라고 믿는다.


때론 아이들을 조형이 불가능한 고체화되어 있는 존재로 보아왔던 적은 있지 않았을까?

교육은 아이들의 가변성을 믿는 가운데서 변화를 추구하는 작업이다. 이것에 대한 확신 없이 아이들을 정체되어 있고 답보상태에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을 탈피해야 한다.

어린 시절 악동이나 둔재였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인류를 위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인간은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존재임을 알게 해 주는 증거이다.
훗날 아이들은 모두 자기의 삶의 영역을 찾아 사회의 요소 요소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몫의 값을 하며 사회에 공헌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때때로 연락이 되어서 만나는 제자들을 보면 성장과 성숙이라는 것, 변화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사회생활을 하는 제자들의 경우 학창시절 말썽도 자주 부리고 문제도 야기시켰던 혹은 학력이 아주 저조했던 아이들이 당당한 직업인으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은 절대로 속단되어질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속칭 학교의 문제아, 말썽꾸러기들에 대해 선입견, 속단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변화될 수 있는 존재로 수용할 때 교사는 교육에서 또 하나의 사명을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 사회를 이룰 뿐이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집단이나 국가는 정체와 미개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늘 열등의 상태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교육은 인격이 성숙된 인간(교사)이 덜 성숙된 불완전한 인간(학생)을 성숙으로 인도하는 과정이고 보면 아무리 정보화사회가 발달하더라도 인간적 접촉을 통한 교감이 없는 교육은 의미 없는 행위라고 본다. 아이들을 변화 가능한 존재, 발전적 존재로 파악하고 그들을 믿으며 부단히 면대면(面對面)의 관계에 충실할 때 언젠가 그들은 이 사회에서 자신을 녹여 세상을 밝히는 뜨거운 촛불로 타오를 것이다.



필자소개: 김연일 교사는 올해 41세로 84년 강원대 역사교육과를 졸업, 19년간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98년에는 강원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고 99년에는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는가 하면 전교조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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