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설치 유예기간 내년 1월 종료
충전기 설치 작업 놓고 입주민관리사무소 갈등
출입 차단기 없는 구축아파트, 택시 충전소로 전락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1월이면 공동주택 등 기축 시설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최근 원주에서도 아파트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작업을 서두르며 이를 둘러싼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98세대 규모의 단계동 A아파트는 지난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지상에 전기차 충전기(4대)를 설치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아파트는 설치 초기 전기차 충전구역 내 일반 차량 주차가 가능한 것으로 공지하고 올 초까지도 일반 차량 주차를 허용했다. 하지만 최근 충전구역 4곳 중 3곳의 일반 차량 주차를 금지하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입주민 김모(45) 씨는 "설치 초기만 해도 전기차 충전구역에 일반 차량 주차가 가능하다고 해 큰 반감이 없었는데 이제 와 일반 차량은 주차할 수 없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늦게라도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는 전기 차량의 충전용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법정 대수 2%를 초과해 충전기를 설치한 경우, 해당 주차면에 일반 차량 주차가 허용되고 과태료 부과에서 면제된다. A아파트는 법정 대수 3대를 초과 설치해 최근 1곳을 일반 차량 주차로 개방했다. 

▲ A아파트는 전기차 충전기 4곳에 일반 차량 주차를 허용했다가 최근 1곳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의 일반 차량 주차를 전면 금지했다.

단계동 B아파트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위치를 두고 잡음이 나온다. 996세대 규모의 B아파트는 규정에 따라 최근 지상·지하에 전기차 충전기 7대를 설치했다. 하지만 지상 충전기 2대가 일부 동 1층 세대와 불과 2m 떨어진 거리에 연달아 설치된 데다 아파트 화단과 맞붙어 있다. 주민들은 화재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전기자동차 화재대응 메뉴얼'을 통해 전기차 충전기를 건물과 10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현장에서 이 같은 메뉴얼이 지켜지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 B아파트에는 전기차 충전기 2대가 일부 세대와 맞붙어 설치됐다.

우산동 C아파트 입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C아파트는 167세대 규모로, 지하주차장이 없어 지상에 전기차 충전기 3대를 설치했다. 하지만 차량 두 대가 교행할 수 없는 비좁은 일방통행로를 따라 아파트 뒤란으로 들어가야만 충전이 가능하다. 화재 상황을 가정할 때 소방차 진입은 어림없을 만큼 협소한 공간이다. 더욱이 해당 아파트의 전기차 충전기는 외부 전기 택시들이 빈번하게 출입, 전용하며 입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입주민 함모(66) 씨는 "오래된 아파트라 출입 차단기가 없다 보니 주변에 전기차 택시들이 종일 차를 세워두고 있다"며 "화재 위험에 대한 불안과 주차 불편은 주민들이 감수하고, 아파트와 무관한 택시들이 전용 충전소마냥 차를 세워두니 불만이 안 생길 수 없다"고 토로했다. 

▲ C아파트 전기차 충전기는 단지 내 비좁은 일방통행로를 지나 아파트 뒷마당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관련법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설치 장소 등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정하고 지자체에 행위신고만 하면 된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따른 문제가 오롯이 아파트 몫으로 남아 민원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 2022년 개정된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라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 50면 이상 공영주차장이나 공중이용시설은 내년 1월까지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 설치해야 한다. 신축 시설은 총 주차면의 5%, 기축 시설은 총 주차면의 2%에 해당하는 충전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의무 설치를 위반할 경우 최대 3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