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미산성 성벽.

원주 해미산성이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주시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달 중 문화재위원들과 함께 해미산성을 현지 조사한 뒤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회에 상정, 문화재 지정 안건을 심의한다.

해미산성은 치악산의 3개 산성 중 하나로, 관설동과 판부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 위에 있다. 성벽 길이는 약 1천800m이며, 신라 말기부터 축조돼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잔존하는 유물은 성벽, 문지, 건물터, 치성 등 산성이 갖춰야 할 각종 요소는 물론 옹기터와 샘물터 등의 흔적이 있다.

가장 큰 건물터는 서쪽 성벽 북쪽의 계곡부 안쪽과 사남쪽 치성의 안쪽에 있는 우물터이다. 기와 조각이 발견되고, 주초석으로 여겨지는 돌이 있다. 해미산성 안팎으로는 소나무, 자작나무, 전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자작나무는 수령이 오래돼 껍질의 형상이 특이하며, 소나무는 밑둥에서부터 갈라진 형태로 자라 이색적이다. 여기에 수령 수백 년의 방석소나무도 있다.

치악산 3개 산성 중 영원산성은 지난 2003년 국가사적 제447호로 지정됐으며, 향로봉 아래 금두산성은 현재 산성 형태만 남아 있다. 해미산성은 자연석이 아닌 거칠고 투박한 가공석으로 축조해 영원산성보다 더 오래된 축조 형태를 보인다. 시대적 가치도 영원산성에서 전락을 겪을 당시 인접해 존재하고 있었기에 특별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아 해미산성의 보존을 위한 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해미산성은 지난 2020년 12월 당시 조성호 도의원과 곽문근 시의원이 각각 도의회와 시의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문화재 지정을 건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은 해미산성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관광 자원화하자는 주장을 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2020년 3월 반곡관설동 통장협의회에서 원주시에 문화재 기념물 지정 건의서를 제출하며 힘을 보탰다. 2021년 1월에는 원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원주 해미산성 문화재 지정 건의안’을 채택해 관계 기관에 발송했다. 또한, 반곡관설동 주민들의 요청으로 원주시는 작년 11월 해미산성 아래 도로명을 세교길에서 해미산성길로 변경했다. 반곡관설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해미산성 사진을 대형 액자로 제작해 지난 4월 행정복지센터 민원실과 시청 로비에서 해미산성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원주시도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 기념물 지정을 위해 해미산성 발굴조사를 진행했으며, 학술세미나를 열어 역사적 가치를 고증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원주시 관계자는 “문화재 기념물 지정을 위한 강원특별자치도의 사전 요구를 모두 이행했기 때문에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되더라도 관광 자원화에 걸림돌은 있다. 해미산성이 국립공원구역에 있기 때문에 탐방로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된 뒤 공원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되면 원주시는 국립공원공단과 협의를 거쳐 탐방로를 개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