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농촌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하다. 2019년 강원도 공모사업에 선정됐음에도 아직 진척이 없는 것. 원주시는 올해까지 토지보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착공한다는 구상이지만, 재원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진다.

서곡리 8만3천㎡ 부지에 농업체험원과 화훼체험원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농업체험원은 스마트팜, 재배원, 유실수원, 논 체험장 등으로 화훼체험원은 철쭉원, 계절초화원, 잔디광장 등으로 구성된다. 원주시는 일차 산업을 기반으로 2차 제조·가공, 3차 유통·체험서비스를 연계해 6차 산업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 밝혔다. 

사업이 느리게 진행되는 점은 원주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촌테마파크 사업비는 어림잡아 200억 원. 용지 마련에 100억 원, 시설 조성에 100억 원(도비 50억 원, 시비 50억 원)이 투입된다. 전액 시비가 투입되는 용지 매입 사업은 연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비가 투입되는 시설 조성 사업은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2019년 강원도 공모사업에 선정돼 매년 10억 원씩 사업비를 지원받아야 함에도 지금까지 받은 액수가 5억7천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아직 첫 삽조차 뜨지 않은 사업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해서다.

원주시의회에서도 도비가 확보되어야 시비를 승인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200억 원이나 투입되는 데 자칫 잘못하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원주시는 이에 농촌테마파크 실시계획승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이나 내달 계획이 수립되면 내년도 본예산에 사업비를 반영, 바로 착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도 강원도에서 사업비가 나와야 추진할 수 있다.

전북 상하농원, 본보기 삼아야
농촌테마파크 사업이 저평가되는 것은 그간의 사례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국정감사에서는 전국 35개 농촌테마파크 중 11곳의 사업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을 받았다. 각 테마파크에 수십억 원의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일평균 방문객이 10명도 안 돼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운용의 묘를 살려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테마파크가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 '상하농원'이다. 매일유업 김복용 선대회장이 전북 고창에 유기농 제품 생산근거지를 마련한 것이 시초다. 2009년, 김 회장은 일본 모쿠모쿠 농원을 방문하고 이를 모티브로 상하농원을 조성했다. 이곳에선 생산-가공-유통-체험·숙박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지역에서 자란 신선식품을 생산·가공하는 돌봄농장, 유기농목장, 유리온실, 스마트팜, 농촌회관, 햄·과일·빵 발효공장을 갖췄다. 파머스마켓, 농원식당, 파머스치킨 등의 유통·외식공간도 조성했다. 41실 규모의 호텔과 글램핑장도 만들었다. 농산물 가공품 제조와 유통은 물론 관광과 교육, 휴양, 숙박, 행사 주관까지 가능한 체류형 문화공간으로 꾸며놓았다. 

상하농원 조성엔 지역주민과 공공도 힘을 보탰다. 지역주민-기업-고창군이 지역 발전을 유도할 선순환 구조를 구상하고, 지자체-정부-매일유업이 이를 구체화했다. 현재 고창 50여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 제품이 상하농원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고용 창출 효과도 뛰어나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고창 출신이기 때문. 이 중 20~30대 비중은 60%나 된다. 한해 누적 방문객은 150만 명, 연간 매출액은 256억 원(2021년)에 달한다. 

강원연구원 김수연 연구위원은 "상하농원은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일차 산업, 농원 내 공방에서 이를 가공하는 이차 산업, 전 과정을 체험하는 삼차 산업을 통해 농가소득을 증대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 모델로 많은 지자체가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는 조만간 백운산 농촌테마파크 실시설계계획을 완료한 후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 농촌테마파크의 성공 사례를 원주에 접목할 수 있는지 강구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