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은 오래되면 반드시 부패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권력을 가졌던 수많은 자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악법을 제정하고 반대세력을 탄압하며 권력유지를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쇄락의 길을 걸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우린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권력의 맛을 본 사람들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은 조합원 권익신장 및 권력 감시·견제다. 최근에는 추가적으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역할론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노동계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80, 90년대 노동조합과 지금의 노동조합을 비교해 봤을 때 검은 머리의 노조간부들이 백발의 노조간부로 바뀐 것 외엔 크게 변화된 것이 없어 보인다. 팔뚝질로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걸 저들만 모르는 것 같다. 아닌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때는 대한민국 개혁의 주축이었던 노조가 이제는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며 불편 세력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노동조합 규약의 불편한 진실을 한번 들여다보자. 규약은 "조직체 안에서 서로 지키도록 협의하여 정하여 놓은 규칙"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그 조직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규약을 제정 할 수 있다."라고 노조법에 명시되어 있다. 노조 규약은 헌법과 노조법의 범주 내에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은 자기들 규약이 헌법과 노조법보다 우위라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 모두가 동일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헌법 제33조(단결권), 노조법 제5조(노조 설립의 자유) 및 제16조제1항제8호(조직형태 변경)에 조합원 개인의 단결권 보장, 노조 가입과 탈퇴의 자유 보장 및 총회를 통한 조합원의 결정으로 연합단체 탈퇴 및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저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노조를 탈퇴하고 싶으면 몸만 나가라고 저들은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다. 한마디로 말해 민노총의 규약은 "21세기 신노예제도"라고 볼 수 있다.

 "내돈내산의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노총 조합원은 규약에 따라 조합비를 납부하나, 조합원이 낸 피 같은 조합비에 대한 일체의 권리는 조합원이 아닌 조합이 가진다. 또한, 노조 상부의 결정 사항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이것이 민노총이 노조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지 않을 시에는 민노총 탈퇴 이후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원공노)이 당한 각종 소송 및 고소처럼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금까지 민노총의 비민주적인 노조 운영방식에 제동을 건 국가기관이 여태껏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은가? 이게 노조냐?   

 반헌법적이고 위법한 전공노 규약의 문제점을 원공노는 지난 1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이후 다행히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났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는 전공노가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지부장 후보의 입후보 자격 상실을 명시한 규약에 대하여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요청하였고 의결되었다. 예상대로 전공노는 시정명령을 거부하고 버티다가 전공노 위원장이 최근 노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다고 한다.

 또한, 지난날 28일에는 전공노 상벌규정에 대해 고용부가 요청한 시정명령도 의결되었다. 전공노 상벌규정 제10조의2는 '조합 탈퇴를 선동하거나 주도하는 자'에 대해선 징계 절차 중에라도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황당무계한 규약을 과연 납득할 조합원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비정상이 정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 정말 다행스럽다. 

 지금껏 거대기득권노조에 당당히 맞서 부당함을 세상에 알린 노조는 대한민국에서 원공노 밖에 없다고 자부한다. 저들이 아무리 억지주장을 펼치고 소송을 걸고 고소를 하고 괴롭혀도 "민노총 탈퇴 도미노 현상"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다음 달 1일은 전공노가 제기한 "원공노 탈퇴결의 무효 확인" 항소심 선고가 예정되어있다. 이날의 판결 결과가 대한민국 노동계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의는 승리할 것이고, 법치주의에는 예외가 없고, 노동조합의 주인은 일부 소수의 오래된 간부가 아닌 바로 조합원이다. 대한민국 노조개혁을 위한 기득권세력의 아름다운 용퇴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문성호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