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침체 상황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강원·강릉본부가 최근 내놓은 '강원지역 주택가격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보고서에 이같이 언급된 것. 연이은 주택가격 하락 사태가 금년 하반기부터 GRDP(지역내총생산) 감소로 작용할 것이라 했다.

강원지역 주택경기는 2020년 3분기에 저점을 통과했다. 이후 확장하기 시작해 2022년 2분기엔 정점을 찍었다. 2020년 3월과 2022년 8월을 비교하면 주택가격이 10.1%나 상승했다. 원주 상황도 비슷하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20년 4월 1억4천275만 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 상승한 것. 이로 인해 2022년 4월엔 평균 매맷값이 2억664만 원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 2억 원을 돌파했던 평균 가격은 지난 6월 1억9천19만 원까지 낮아졌다. 자금차입 여건이 악화되고, 외지인 매입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하락이 급격하게 일어난 것이다. 수도권 주택시장 부진이 원주 등에 빠르게 전파된 것도 이러한 상황을 부채질했다.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가 실물경제까지 위협한다는 점. 이론적으로 주택가격과 실물경제는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상승이 주택건설 업체의 이윤 증가로 이어지고, 주택 건설투자로 확대돼 실물경제가 성장하기 때문.

또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가계의 자산가치가 증대돼 민간소비 촉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영업자도 부동산 담보가치가 커지면서 대출·투자에 여력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더해 강원지역은 건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주택가격과 실물경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지금의 주택경기가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아봤다. 우선 과거 주택경기의 평균 수축기간(하강기·13개월)을 토대로 향후 주택시장의 흐름을 추산했다. 그 결과 강원지역은 2025년 중 주택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경기와 실물경기 순환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주택가격하락이 하반기부터 GRDP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강원지역 경제변수들로 VEC(벡터)모형을 추정한 결과 주택가격 하락은 약 3분기의 시차를 두고 GRDP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하락이 금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실물경제 여건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한편, 주택시장의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가 주택경기에 과도하게 영향받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정책대응도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상당폭 추가 하락할 경우 취약계층의 대출 부실화, 소비 여력 축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실물경기의 변동성 완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고 건설업 의존을 낮추는 노력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강원지역 주택 수요 회복은 당분간은 힘들 것이라 했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자금차입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 수도권 주택 규제 완화로 외지인 수요가 제한적인 점도 시장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과거 주택경기 수축기가 평균 13분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경기가 확장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