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성동 옛 원주역.

학성동 역전시장은 학성동 흥망성쇠와 괘를 같이 했다. 열차 운행이 호황을 누리던 1960년대 역전시장은 원주 최대 규모의 상권이 형성됐다. 당시 역전시장은 열시장으로 불렸다. 오전10시 원주역에 열차가 도착하면 보따리 상인들이 일제히 몰려가 열차 승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았다고 해서 열시장이라고 불렀다.

당시 인구수로 봐도 학성동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학성동에 인구가 몰리자 원주시는 1970년 학성동을 학성1동과 학성2동으로 분동했다가 1999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며, 다시금 통합했다. 1970년대 중반 학성1·2동 인구를 합하면 약 2만 명으로, 18개 동지역 중 가장 많았다.

현재 학성동 인구는 4천400여 명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6개 동지역 중 중앙동(2천415명), 원인동(4천131명)에 이어 3번째로 인구수가 적다. 법원과 검찰청이 무실동으로 이전하며 변호사·법무사 사무실 등 관계인구가 동반 이전한 영향이 컸다. 또한, 2021년 1월 원주역이 무실동으로 이전하며 그나마 원주역에 의존하던 상권도 피폐해졌다.

집이나 건물은 사람의 온기를 쐬지 못하면 빠른 속도로 망가지게 마련이다. 학성동 옛 원주역도 다르지 않았다. 쓰레기가 불법 투기되고, 비행청소년들의 온상으로 전락해갔다. 이를 지켜봐야 했던 학성동 주민들은 애가 탔다. 하다못해 주차장으로라도 활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원주시에 요구했다.

원주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원주역의 무실동 이전은 약 20년 전 계획된 것으로, 그간 원주시는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옛 원주역사와 일대 철도 시설이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 자산이어서 활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원주시의 무던한 노력으로 8월 중 원주시는 한국철도공사와 협약을 맺고, 옛 원주역 일원에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일부 시설은 유상으로, 일부는 무상으로 원주시에서 활용하기로 한국철도공사와 사전 협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진입광장을 비롯해 철도 정원, 공영주차장, 택시 쉼터, 흡연 부스 등을 원주시에서 조성할 계획이다.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진입광장 및 나무와 잔디마당이 설치되는 철도 정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유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운수 종사자들의 휴식 공간인 택시 쉼터는 옛 원주역과 무실동 원주역에도 설치한다.

또한, 옛 원주역사를 리모델링해 원주시 관광 기념품을 판매하는 기념품 숍을 만들기로 했다. 한국철도공사에서도 옛 원주역사에 유명 커피숍을 유치해 수익사업은 물론 학성동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원주시 관계자는 전했다. 옛 원주역은 치악산 바람길숲과도 연결된다. 올해 말 치악산 바람길숲이 완공되면 바람길숲 탐방객들의 방문은 물론 옛 원주역을 기점으로 하는 트래킹 대회 개최를 원주시에서 준비하고 있다.

옛 원주역 앞 원주시 견인차 사무소 부지에는 반도체 교육센터가 건립돼 유인 효과를 북돋운다. 반도체 교육센터는 국비 200억 원을 들여 반도체 교유장비를 구축하고, 지방비 260억 원을 투입, 교육센터를 짓게 된다. 반도체 교육센터는 내년 말 착공하며 2026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인접한 정지뜰 호수공원 조성사업과 연계한 쉼터 역할과 더불어 편의시설 이용객 증가로 학성동 일대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