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와 농협중앙회 원주시지부, 원주 6개 지역농협은 지난 19일 농협RPC 통합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곡처리장(RPC) 통합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지난 19일 시청에서 6개 농협과 농협중앙회 원주시지부, 원주시가 RPC 통합추진 협약을 체결한 것. 구두로만 합의했던 미곡처리장 통합을 문서로 확약했다. 

지난 2021년에도 통합을 찬성했지만, 구두 합의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이후 논의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자 농협 간 합의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말로는 서로 찬성한다 했는데 갈등이 표출되자 사업이 흐지부지하게 진행돼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각 주체가 문서로 통합을 약속했다. 농협 조합장들이 미곡처리장 통합안에 서명하고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원주시와 농협중앙회 원주시농정지원단, 각 단위농협의 상무급 실무자가 실무추진단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원주시 관계자는 "실무추진단에서 어떻게 통합을 이뤄나갈 것인지 논의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외부 용역을 발주해 통합절차나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 체결로 RPC 통합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각 농협이 조합공동법인(이하 조공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인 것. 정부가 1시군 1RPC에만 고품질 쌀 유통활성화 사업을 지원한다고 했으니 법인 설립이 시급한 상태다. 

조공법인을 설립하지 못하면 농협마다 어마어마한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 쌀값이 떨어져 손해를 크게 보는 상황에서 국비 지원마저 끊기면 타격이 막대한 것. RPC 통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통합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각 농협 조합원들이 법인 설립에 동의해야 한다. 조공법인이 구축되면 벼 수매사업을 대신하게 되는데 일부 농협 조합원들은 현재보다 낮은 벼 수매가를 받을 수 있다. 각 농협이 조합원을 설득하지 못하면 조합공동법인 탄생은 불가능하다. 

현물·현금 출자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지금은 문막농협을 중심으로 통합 RPC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막농협 미곡처리장이 낡아 시설을 새로 지을 수도 있다. 어림잡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농협이 더 부담하고 덜 부담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문막농협 한 조합원은 "지난 십여 년간 미곡처리장 통합사업이 불발로 그쳤다가 이제 막 재추진되기 시작했다"며 "각 농협이 손해 보는 상황을 맞이해도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는 여섯 개 지역농협이 '토토미' 브랜드로 쌀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미질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가격도 비싸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이에 원주 6개 농협은 미곡처리장 통합 사업으로 토토미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