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위원장: 심영미)는 지난 19일 시의회 모임방에서 '지역 농·축협 및 산림조합장과의 간담회'를 했다.

산경위 지역 농·축협·산림조합장 간담회 고영길·원경묵 조합장 "십 년 후면 일할 사람 없어" "지자체, 농작업 대행하고 스마트팜 시설 도입해야" 농협 간 협력사업으로 고령화·일손 부족 대처 필요

"농촌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고령화입니다. 우리 농협만 보더라도 조합원 상당수가 70·80대거든요. 지금 상태로라면 10년 후에는 농사지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지난 19일 원주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위원장: 심영미)가 주재한 '지역 농·축협 및 산림조합장과의 간담회'에서 원주농협 원경묵 조합장이 한 말이다. 농업인은 물론 농촌 자체에 사람이 없는데 농업 발전을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주 농업의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고령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주시 노인인구 비율은 2011년 11.3%, 2016년 12.5%, 2021년 말에는 15.8%를 기록했다.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라 부르는데 원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농촌은 더 심각하다. 부론면 단강 1리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47.9%에 달한다. 장애인 인구 역시 8.7%를 차지해 주민 절반 이상은 소득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다. 소초면도 단강리 못지않은 고령화로 농업 인력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초농협 고영길 조합장은 "전체 조합원이 천 명 조금 넘는데 만 65세 이상이 75%를 차지한다"며 "50세 미만은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각 농협은 원주시가 고령화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10년 후 농업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 경고한 것. 농작업 대행 지원이나 스마트 농업 기반시설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했다.

고영길 조합장은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 임대사업을 해주고 있는데 75세, 80세 어르신들이 사용을 못하는 실정"이라며 "논밭을 갈아엎고 비닐 피복 작업을 하고 벼 심고, 가을 농작물 수확을 대행해주는 사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접 지자체도 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고 했다. 제천시의 경우 농사 과정 일체를 대행해주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원주시와 원주시의회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협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농 유입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갈수록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지는 형국에서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끌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농작업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경묵 조합장은 "정부가 스마트팜 등의 현대화 시설 보급 사업을 추진하는데 원주시가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농협도 청년조합원위원회를 구성해 농사 교육, 체험을 시켜 농촌 경쟁력 제고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원주농협 강병헌 조합장도 "청년 농업인이나 은퇴자를 위한 스마트팜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원센터 건립·운영이 수익사업이 아닌만큼 원주시나 의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조합 간 협력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농협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수익이 떨어지는데 농협 간 협력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것. 협력을 추구하면 지원 예산 규모도 커질 것이라 했다. 

예를 들어 판부농협 배경수 조합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산지유통센터(APC)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사업 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지만, 지금은 조합원들이 나이를 먹고 일손도 부족해 소수 농가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돈 원주원예농협 조합장도 "원주의 대표적인 계절 과일은 치악산 복숭아인데 고령화로 인해 생산자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막농협 옥수수축제보다 적은 예산으로 매년 소규모로 축제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산지유통센터는 판부농협 조합원 외에도 소초나 호저, 동(洞) 지역 농업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고, 복숭아 축제는 다른 특산품 축제와 통합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농촌 사정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만큼 농협 간 협력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의회는 이날 나온 농림·축산·산림분야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심영미 원주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이 "현장의 목소리가 농업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것.

그러면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합장들의 열정이 참으로 대단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역 농·축협 및 산림조합장과의 간담회'는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의원들과 이상선 농협 원주시지부장, 원경묵 원주농협 조합장 등 11명의 조합 관계자, 원주시 공무원 등이 참석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