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배전 설비·전력 누수 비용 많아도 요금 동일
요금 차등화해 전력 수요 많은 기업 유치 필요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력 사용량과 전기 생산량에 따라 요금을 따로 적용하자는 것. 사용량이 많은 수도권과 사용량이 적은 강원도를 동일한 요금체계로 묶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지역과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지역이 떨어져 있다. 이로 인해 과다한 송전선로 건설비 발생, 청정 자연환경 훼손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전력손실양도 전체 전력량의 3.5%(연간 2조 원 규모)에 이른다.

강원도 입장에선 이러한 비용을 억지로 떠안고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강원지역 전력 자급률은 219.6%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11.9%), 대구(14.2%), 광주(11.9%), 대전(6.1%) 등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도내에서 생산한 전력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으로 보내진다. 이를 위해 송전선로, 변전소, 변전설비 등의 비용이 투입된다. 전기요금이 동일하게 책정되면서 강원도가 이들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체를 발전소 주변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전기 소비의 48.7%가 제조업에서 사용되기 때문. 그러나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강원연구원 이원학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를 제조업부터 도입하고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며 “단계적 추진이 어렵다면 새로 조성하는 신규 산업제조 시설부터 적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특별자치도법과의 연계도 고려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유럽은 물론, 일본, 대만 등도 송배전 이용요금을 차등화하고 있다. 즉 송전과 배전에 드는 비용을 별도 부과하는 것. 따라서 생산지 부근의 전기요금이 저렴한 상황이다. 이는 전력망 이용 부담을 합리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