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원주시는 여러 면에서 원주시정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효율적이고 낭비 없는 예산집행을 명분으로 이전에 추진되던 주요 사업들이 전면 재검토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이전 사업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처리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지나치게 단기적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그 과정은 시민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관치의 형태를 띠고 있다. 중단되거나 재검토 된 사업 다수가 문화 관련 사업이다. 

 원주시는 아카데미 극장 보존 사업에 대한 재검토, 한지테마파크 위탁 운영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는 한편, 법정 문화 도시 사업을 추진해온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을 결정했다. 위탁 운영상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으나 위탁운영은 원주시의 관리 감독 하에 있기에 원주시의 책임이기도 하다. 

 문화관련 지원 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문화 사업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상 문제가 있으니 일단 중단하라는 논리이다.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반도체 산업 유치에 대한 집착에 비해 문화와 문화 산업에 대한 가치는 평가 절하되었다. 경제적 효율성과 개발논리가 긴 호흡의 문화산업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문제적이다. 문화적 행위나 결과는 정치로부터 독립적이고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정치적 성격을 갖는다. 역사적으로 개인과 집단 간 권력 관계에 있어 힘의 불균형, 지배와 피지배, 권력관계를 조정하거나 극복하는 과정으로 정치가 작동했다.

 문화적 행위와 생산물은 계급, 성, 종교 등의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는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권력관계가 재편되고 수정되는 정치적 행위 또한 문화적 양상을 띤다. 역사적으로 문화운동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을 통해 지배적 힘에 대해 저항했다. 이런 점에서 문화는 정치적이고 정치는 문화적이다. 

 정치문화는 특정 사회적 집단의 현실인식, 정치인식, 애착심, 가치체계 등이 상호작용한다. 지방자치의 경우 지역 주민의 공동체적 인식도 중요한 정치문화의 자산이다. 시민이 수동적 정치 대상이 아니라 모든 대상에 대해 의견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모색하는 능동적인 정치문화는 민주적 지방자치를 이루기 위한 필수적 요인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는 최종 행정 결정단계에서 간담회 등에 그치지 않고 투입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 의견의 적극적 반영을 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아카데미 극장 보존의 경우 2016년부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지금까지 철거를 면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 극장의 보존을 위한 시민 모임이 형성되었고 모금운동과 관련 문화 행사 등을 개최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시설과 행사의 격차는 지방 거주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아카데미 극장 보전을 위한 시민운동의 과정에서 문화도시 원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민운동은 당시 원주시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어 보전을 위한 토지매입에 이르게 된 것이다. 능동적 시민 참여의 시민적 정치문화를 통해  정치 투입 과정에 영향을 준 문화정치의 모습이었다. 

 민선 8기의 원주시의 대응은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갖는다. 아카데미 극장 보존 사업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사실상 철거에 중심이 실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주시는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제안했는데 이는 최종 행정 결정을 위한 형식요건에 불과할 수 있다.

 조례상으로 보장된 시민토론 공개 청구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트집을 잡고 있다. 시민토론 공개 청구를 요구한 서명부와 관련 본적지 주소와 주민번호 기재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현행법상 불가능한 것이다. 

 오랜 기간 군사도시 이미지를 안고 살았던 원주는 문화 예술인의 노력과 시민들의 참여 그리고 법정문화도시선정, 유네스코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등을 계기로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단계이다. 민선8기 원주시는 문화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민주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문화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시민 참여형 정치문화를 주도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김형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