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당시 아카데미극장 모습.

아카데미극장 보존 논란은 민선 8기 원주시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민선 7기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매입을 완료한 작년 1월만 하더라도 보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민선 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며 낸 보고서에서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히면서 보존을 둘러싸고 찬반 진영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금바르게쓰기실천행동본부와 국민의힘 신익선 원주시의원이 각각 성명서와 제언을 통해 원주시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과감한 중단 또는 사업 재검토”

세금바르게쓰기실천행동본부와 신익선 의원은 2019년과 2020년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사업에 아카데미극장이 선정되지 못했고, 2021년 강원도 문화유산 관련 사업지원에서도 불가 판정을 받았다며, 문화유산으로서 객관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물 구조안전진단 종합평가에서도 D등급을 받아 내진보강이 필요하고, 건물을 보수·보강할 경우 원형 보존이 불가하며, 이는 보존을 통한 근대문화재 활용계획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원주시 예산 투입에 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리모델링 비용 60억 원, 유지·관리 및 연간 운영비 10억 원 및 필수 주차대수를 충족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신설하거나 인근 토지를 매입해야 하므로 재정 낭비 사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카데미극장 바로 옆에 상반기 착공 예정인 중앙동 도시재생 문화공유 플랫폼(이하 문화공유 플랫폼)과 활용방안이 겹치는 문제도 제기했다. 원주시는 중앙동 도시재생사업으로 77억 원을 들여 아카데미극장 옆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문화공유 플랫폼을 신축할 계획이다.

이곳에 문화예술 전시·체험관, 교육장, 동아리방, 공유사무실, 북카페, 소공연장 등이 계획돼 있어 아카데미극장 활용방안과 중첩된다는 것이다. 신익선 의원은 “시민 분열을 조장하고,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중단 및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존추진위, 조목조목 반박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이하 보존추진위)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2019년과 2021년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건 아카데미극장을 포함해 중앙동 일대를 근대공단으로 선정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심사위원들이 아카데미극장 가치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구조안전진단 D등급과 관련한 안전 문제 지적에는 “2021년 원주시 안전진단 결과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보강하면 C등급으로 상향이 가능하다고 보고서에 적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보수·보강 과정에서 원형 훼손 논란에 관해서는 “리모델링 이후에도 등록문화재로 선정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또한, 아카데미극장은 이미 문화체육관광부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돼 리모델링 비용 60억 원 중 국비 30억 원, 도비 9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 원주시는 21억 원만 부담하면 된다고 밝혔다. 문화공유 플랫폼과 아카데미극장 활용방안이 중첩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두 건물 간 연계 활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문화공유 플랫폼의 높이, 색깔 등을 아카데미극장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가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보존추진위 관계자는 “아카데미극장 보존에 관해 보존추진위에서는 원주시에 시정토론청구를 할 계획”이라며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토론회나 포럼과 같은 안정적인 논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시, 부정적 기류 강해

아카데미극장 보존 여부에 대해 원주시는 시민 숙의를 거쳐 상반기 중 결론을 낼 방침이다. 현재 원주시 내부적으로는 아카데미극장 보존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선 8기 원주시정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강하게 맞추고 있는 상황으로, 아카데미극장도 보존보다는 주변 상권 살리기에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한 뒤 야외주차장이나 야외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2·7일 열리는 민속풍물시장 장날에 공연장으로 활용해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원주시 한 관계자는 “문화공유 플랫폼에 아카데미극장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각종 장비를 전시하는 아카이브 공간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면서 “무작정 보존만 고집했다간 아카데미극장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