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하건대 원주시민 상당수는 아직도 원일로, 중앙로, 평원로라는 이름보다 A도로, B도로, C도로라는 말에 더 익숙할 것이다. 언제부터 A, B, C도로라고 불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한국전쟁(1950~1953) 시기에 군인들이 도로 이름을 그렇게 붙여 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주의 원일로, 중앙로, 평원로처럼 평행을 이루는 3개 이상의 간선 도로가 이렇게 원도심에 함께 존재하는 도시는 거의 없다. 마치 서울의 종로와 청계로(복개 당시)와 을지로와 퇴계로의 축소판을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지난 2012년, 원일로와 평원로는 한층 더 진일보하게 된다.

 원일로와 평원로가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으로 바뀌게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로는 이미 2008년에 차 없는 거리, 문화의 거리로 조성된 바 있다. 도심의 간선 도로가 원주의 원일로와 평원로처럼 일방통행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전국에서 원주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원일로는 단계택지와 단구동 그리고 무실지구가 개발되기 전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원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원주 최고의 중심가였다. 원일로 중에서도 특히 지하상가 사거리부터 기업은행 사거리에 이르는 구간은 서울의 명동이 부럽지 않을 만큼 거리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녔던 1970년대와 1980년대를 떠올려 보면, 이 시기가 원일로 최고의 전성기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일로 거리를 걸을 때면 늘 마주 오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쳐야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원일로는 사람들로 꽉 찼던 그리고 생기가 넘쳤던 거리였다.

 하지만 이제 원일로는 예전에 비하면 너무도 쓸쓸한 거리가 되고 말았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람들이 몰리는 새로운 상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일로는 이대로 계속 주저앉고 말 것인가? 다시 살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원일로는 그리고 원도심은 이미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원도심의 간선 도로인 원일로와 평원로가 일방통행으로 운영되고 있고 중앙로도 차 없는 문화의 거리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간선 도로를 이렇게 일방통행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도로의 주인공으로 서게 하기 위함이다. 도심 간선 도로의 일방통행 실현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어 세계적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전국에서도 원주가 유일하다. 원주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뤄낸 것이다. 원주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일부 상인들이 원일로와 평원로의 일방통행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원강수 원주시장에게 양방통행으로의 변경을 건의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원일로와 평원로로 많이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원주시장도 이를 적극 받아들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해결 방법이 아니다.

 일방통행을 양방통행으로 바꾼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도심으로 다시 모일 리 만무하다. 원주의 중심 상권이 원도심에서 신도심으로 완전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전국 유일의 원도심 일방통행 도로인, 원일로와 평원로 그리고 이와 연계된 차 없는 문화의 거리 중앙로를 적극 홍보하여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원일로와 평원로 그리고 중앙로는 일방통행과 차 없는 문화의 거리라는 매력적 요소 외에도 많은 볼거리가 있는 장소이다. 원주시민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것일지 몰라도 관광객들에게는 로컬적 요소로서 흥미를 느끼게 하는 원주만의 볼거리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강원감영과 원동성당, 중앙시장과 자유시장, 원주시민들이 원일로에서 관광지로 떠올리는 것은 보통 이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원일로에는 볼거리가 훨씬 더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원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옛 영창실업 빌딩이 아직 남아 있다. 강원도 최초이자 전국에서 가장 작은 지하상가도 있다.

 기독병원도 다른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 훌륭한 관광지이다. 가정집과 병원이 함께 건축되어 운영되었던 옛 청산의원 건물도 있고 허름한 옛 서울목욕탕 건물도 있다. 마치 거대한 성처럼, 삼각형으로 지어진 남부시장 치악맨션아파트도 흥미롭다. 원주문화방송의 첫 번째 스튜디오였던 가톨릭센터도 역사적인 건물이다.

 중앙로에는 옛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이었던 제일은행도 남아 있지만 1970년대 당시에는 '전신전화국'으로 더 불렸던, 강원도 유일의 체신청인 옛 원주체신청 건물도 남아 있다. 1980년대에 원주에서 가장 높았던 원주관광호텔 건물도 있다. 코롬방과 서울다방으로 유명했던 2층 건물도 볼 수 있다.

 평원로에는 아카데미극장과 옛 금성호텔 그리고 옛 원주역 건물과 급수탑이 있다. 봉평교 아래 원주천에 설치된 옛 중앙선 철교도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좋은 볼거리이다. 원도심 인근에 곧 조성될 정지뜰 호수공원과 치악산 바람길숲까지 연계한다면 원일로와 중앙로 그리고 평원로는 원주의 대표적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허행철 일산동 주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