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가 지난 21일 임시회에서 원안 가결한 ‘원주시 다자녀가정 양육비 지원 조례안’에 논란이 일고 있다. 출산을 장려한다는 조례 제정의 취지는 좋지만 매년 30억 원 가까운 원주시 재원이 고정적으로 투입돼야 해서다.

행정복지위원회(이하 행복위) 심의에서 이 조례안의 원안 가결될 것이란 예상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행복위 소속 신재섭 시의원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행복위 소속 모든 시의원과 유석연 시의장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조례안 제정 이유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사회문제에 대처하고, 자녀의 출산·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셋째아 이상 자녀를 출산한 다자녀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조례안에서 정한 지원대상은 다자녀 양육자와 함께 원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8세 이상 15세 이하 셋째아 이상 다자녀이다. 지원기준은 셋째아 이상 다자녀 1인당 월 10만 원으로 정했다. 지원기준에 부합하는 원주시 셋째아 이상 다자녀는 약 2천400명이다. 이들에게 기준대로 매월 10만 원씩 지급할 경우 연간 28억8천만 원이 소요된다.

전액 시비로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원주시 재정 부담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올해 원주시 분야별 세출예산 중 사회복지 분야는 5천774억여 원으로, 전체 세출예산의 43.6%를 차지한다. 사회복지 세출예산은 저출산·고령화 관련 지원사업 372억 원, 육아기본수당 434억 원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자녀가정 양육비를 추가로 지원한다면 다른 분야에 투입돼야 할 재원이 부족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원주시 재정자립도가 18.9%에 불과한 상황에서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전국 지자체 중 다자녀가정 양육비 지원 조례를 제정한 곳은 5곳이다. 고창군의 경우 조례는 제정했지만 재정 부담으로 인해 양육비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평택시는 매월 10만 원을 지급하지만 지원대상을 생후 36개월로 제한했다. 김제시도 생후 60개월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경산시는 연간 1회 지급하는 등 원주시의 이번 조례안보다 지원기준이나 금액이 낮다.

다만 이번 원주시 조례안에도 ‘1인당 월 10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해 여지를 남겨뒀다. 지원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아니어서다. 또한 ‘예산의 범위에서 지급한다’는 조항도 있어 예산 상황에 따라 원주시가 지원기준과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조례 시행일이 내년 1월 1일이어서 원주시에서 검토할 시간은 충분하다. 한편 이 조례안은 오는 5월 4일 열리는 제2차 본회의 심의 때 의결되면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