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열린 원주시 RPC 통합컨설팅 최종용역보고회. 관내 6개 지역농협은 공동조합법인을 만들어 원주쌀 생산·수매·유통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법인 통합에 따른 적자 해소 방안, 수매가 지원 방안 등에 대한 해결책을 두고 이견이 표출됐다.

원주시 RPC 통합컨설팅 최종 용역보고회 
농림부, 내년부터 시설현대화 지원 통합 RPC에만 추진
원주도 RPC 통합 추진해 연말까지 공동법인 설립 필요
일각에서는 "통합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

올해 원주 농업계에선 RPC·DSC(미곡처리장·건조저장시설) 통합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정부가 각 시·군의 통합 RPC에만 가공시설 현대화 지원사업을 추진할 방침이기 때문. 원주는 RPC·DSC 통합에 대한 충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여서, 통합 추진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인정한 관내 RPC는 문막농협 미곡처리장 단 한 곳이다. 1993년 지어졌는데 이를 위해 47억 원이 소요됐다. 원주와 소초농협도 1999년에, 남원주농협은 2017년에 DSC를 설치했는데 적게는 10억 원, 많게는 32억 원을 투입했다.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각 농협은 시설보완에만 매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쏟아붓고 있다. 문막농협만 하더라도 지난해 9억4천만 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남원주농협과 소초농협, 원주농협 또한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가량 비용이 들어갔다. 보수 비용 상당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시설현대화 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2023년부터 한 개 시·군에 한 개 통합 RPC에만 시설투자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원주 6개 지역농협이 올해 안으로 RPC·DSC 통합을 마무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이에 원주시농정지원단 주도로 지난해 RPC 통합컨설팅 용역이 추진됐다.

용역을 맡은 지역농협네트워크협동조합은 지난달 23일 열린 최종용역보고회에서 RPC·DSC 통합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6개 지역농협이 RPC 통합에 찬성한다는 전제하에 올해 추진할 과제를 시기별로 정리했다. 

▷1월, 통합RPC 추진협약 체결 및 TF 구성 ▷1월, 농협별 현물자산 감정평가 및 출자범위 확정 ▷2월, 통합법인 취급 물량 및 시설도입(안) 확정 ▷2월, 통합법인 총괄투자 및 출자 운영(안) 도출 ▷3월, 사업부지 및 대체부지 검토

▷4~7월, 통합법인 사업계획 수립 및 인력운영계획 검토 ▷8~10월, 통합수매 시범 운영 기획 및 운영 ▷8~10월, 최종 통합RPC 추진 의결 및 조합별 설명회 ▷10월, 통합법인 창립총회 및 조합공동법인 인가 신청 등이 그것이었다. 

지역농협네트워크협동조합 관계자는 "통합 추진에 대한 세부적인 절차는 각 농협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이대로 추진하면 올해 가을엔 통합법인에서 수매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3일 열린 원주시 RPC 통합컨설팅 최종용역보고회. 관내 6개 지역농협은 공동조합법인을 만들어 원주쌀 생산·수매·유통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법인 통합에 따른 적자 해소 방안, 수매가 지원 방안 등에 대한 해결책을 두고 이견이 표출됐다.

일각 "문제는 시기가 아니다" 주장
그동안 통합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문제들은 최종용역보고회에서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 ▷단일 수매가가 통합 이전보다 낮게 책정될 때 민원(갈등) 해소 방안 ▷통합법인 운영 과정에서의 적자 처리 방법 ▷원주시 등 공공영역에서의 수매가 지원 방안에 대한 해답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던 것. 

A농협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연내 통합에만 신경을 쓰는데 이는 집을 지을 때 터파기 공사도 안 하고 바닥에다 벽돌을 쌓는 형국"이라며 "통합 시기가 문제가 아니고 제대로 통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처럼 통합을 추진하면 현재의 벼 값보다도 (통합법인이 수매가를) 덜 줄 게 뻔하다"며 "통합 후에 나타날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조합원들에게 RPC 통합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농협들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통합 반대를 위한 시간 끌기'라고 지적했다. B농협 관계자는 "A농협이 제기한 문제들은 통합 주체가 꾸려진 다음에 실무자들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며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며 통합 추진을 막는 것은 통합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열린 RPC·DSC 통합용역 최종보고회에선 6개 지역농협과 원주시, 원주시농정지원단이 통합 추진을 위한 실무기구(TF팀)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는 원주시농정지원단 중심으로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주관농협을 중심으로 TF팀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협의한 것.

하지만 RPC 통합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 각 주체가 모여 TF팀을 꾸리는 일조차도 쉽지 않으리라 전망된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