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주택시장, 수요 우위서 공급 우위로 전환 가능
수도권 투자자 빠지면 미분양 아파트·빈집 증가할 듯 
가격 하방 압박 전망…가계대출 부실화도 대비 필요

주택가격 상승세가 종료된 후, 주택 수급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강원·강릉본부가 '최근 강원지역 주택시장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알린 것. 현재의 수요 우위 시장이 공급우위 시장으로 변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지역 주택가격 상승이 수요자 측 요인에 의해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강원지역의 투자 유입이 유독 활발했다는 것.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규제지역(수도권·광역시 중심)과 고가 주택(9억 원 이상)을 대상으로 강화된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비규제지역에 속하는 강원도는 청약 요건, 대출, 과세 측면에서 낮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 활동이 만연했다. 단적으로 올해 부동산 법인의 원주지역 주택 매입량은 1천949호에 달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884.3%나 급등한 수치였다.

"법인은 주택을 단기 보유하고 매도해도 양도세율이 낮다"는 한국은행 강원본부 이예지 조사역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법의 맹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외지인의 주택매매거래 비중이 증가해 지난 3월 대비 올해 9월 원주 주택가격은 40.6%나 올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상승이 끝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택 실수요 증가가 제한적인 지역 특성상 수급 상황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현재 강원도 핵심생산가능 인구(25~49세·31.1%)는 전남(28.8%)에 이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강원지역은 저출산과 수도권 인구 유출로 인구감소지역(12개 시·군)이 많은 상태다.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지역일수록 주택가격 하방 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한, 내년부터 시행되는 DSR 2·3단계 조치도 주택시장이 수요 우위에서 공급우위로 전환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우위 시장에서는 미분양 주택이나, 노후 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빠르게 증가해 주택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무엇보다 주택가격 상승이 과도한 가계대출을 촉발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가격 직전 상승기 이후 강원지역 주택가격이 경남, 충북에 이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2018년 -1.6%, 2019년 2.9%)한 점을 고려해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