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청 전경.

강원도 자체사업·춘천·강릉 첨단산업 등은 대거 포함 

여야 대선후보에게 원주 현안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한다면 어떤 사안을 제시해야 할까? GTX-A 원주 연장, 제2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부론국가산단 확정 등, 원주시민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지역 현안은 차고 넘칠 것이다. 

그런데 정작 공약사항을 제안하는 강원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지난달 강원도가 여야 유력 대선후보에게 제안한 공약 사항에 원주와 관련된 사업이 단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 반면 춘천과 강릉 등은 지역 현안을 대거 제시해 원주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달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원도 미래 발전을 견인할 20대 대선공약 제안 과제'를 발표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에게 공약으로 제안할 6개 분야 38개를 확정한 것. 지난 7월부터 강원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대선공약 과제를 발굴했다고 강원도는 설명했다. 

과제 대부분은 강원도가 현재 밀어붙이는 사업이다. 육아 기본수당 도입이나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동계청소년 남북 공동 개최 등이 대표적이다. 강원 퀀텀밸리와 인공태양 실증 연구단지 조성,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 유치 등도 포함됐다.

특히 육아 기본수당은 사업비 대비 효과성 논란이 있음에도 도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업이다. 나머지도 원주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 만큼 도가 신경쓴다는 이야기다.

원주시민 입장에선 서운해할 만한 것이 투성이다. 38개 과제 중 원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 사실상 없기 때문. 유일하게 제시된 원주 현안은 '원주~철원 철도 건설' 단 하나였다.

강원도는 원주와 철원 122㎞를 철로로 연결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춘천과 강릉에는 ▷인공태양 실증 연구단지 조성 ▷지역특화 바이오 기업도시 조성 ▷강원 데이터 플랫폼 도시 구축 ▷플라즈마 청정수소 클러스터 및 액화수소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K-3 BIO(항체·진단·천연물) 융복합 체인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김선영(주부·가명) 씨는 "태장동을 비롯한 북부권 주민들은 1군지사 이전 후 지역발전이 어떻게 될지 기대하고 있다"며 "원주 전체로 보아도 현안이 많을 텐데 원주 사안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원주 사안이 명시가 안 된 것은 맞지만 도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원주는 강원도 중심도시다 보니 걸쳐 있는 과제가 많다"면서도 "(과제에)명시는 안됐지만 굵직한 사업도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관계자가 언급한 굵직한 사업은 원주~철원 철도 건설 사업으로 2조9천억 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원주보다는 철원이 더 필요한 사업이어서 원주권 언론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편, 강원도는 대선 과제 공약 발굴을 위해 강원연구원과 협의하면서 원주시에 지역 현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주시 담당부서는 강원도 대선공약과 관련해 강원도로부터 어떠한 요청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