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악체육관 인근에는 정미의병 100주년 기념비와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이 있다. 1907년 정미의병 봉기로부터 100주년이었던 2007년 건립되었다.

1895년 강원감영이 폐지되었다. 갑오개혁을 추진하면서 지방행정구역이 8도에서 13부로 바뀌는 과정에서 강원도는 없어지고 원주는 충주부 관할로 들어갔다. 원주와 인근 지역을 제외한 곳은 춘천부와 강릉부로 편입되었다.

그러나 무리하게 추진했던 지방행정구역 개편은 오래가지 못했다. 1년 후 13부가 폐지되고 8도가 다시 부활되었다. 강원도 행정구역도 되살아났다. 하지만 강원감영은 부활하지 못했다. 원주에서 춘천으로 관찰부가 넘어가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강원감영은 원주 진위대 훈련장으로 바뀌어 원주 지방군의 근거지가 되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대한제국 침략을 강화하면서 을사늑약을 강요했다.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고종은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다. 일제는 헤이그 특사를 구실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군대를 해산시켰다.

1907년 8월 1일 대한제국 서울 시위대는 동대문 훈련원에 모여 군복의 계급장을 떼고 공로금이란 명분의 돈을 지급받았다. 대한제국 군대 해산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제의 군대 해산 조치에 대대장 박승환은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지 못했으니 만 번 죽어도 애석하지 않다"며 자결했고, 이후 서울 시위대 해산 군인들은 남대문 일대에서 4시간 동안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강원감영에 주둔하면서 훈련을 받고 있던 원주 진위대에도 서울 소식이 전해졌다. 병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군대가 해산된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는 국방이 무력화되는 것이었지만, 진위대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대량 실직으로 내몰리는 것을 의미했다.

김덕제·민긍호, 일제 군대 해산 조치에 맞서
서울 시위대 이후 지방 진위대 최초의 봉기

▲ 강원감영은 폐지된 이후 1900년대 초 원주 진위대가 주둔해서 훈련받는 곳으로 이용되었다. 이 시기 포정루는 선위루라 불렀다.

원주 진위대 병사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진위대 대대장 홍유형은 동요하는 병사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도리어 병사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병사들의 동요를 진정시키는데 실패한 홍유형은 소집령을 핑계로 서울로 상경하는 과정에서 지평에서 군중들에게 붙잡혔다. 군중들은 진위대를 이끌고 저항할 것을 요구했다. 군중들에게 억류되었던 홍유형은 가까스로 탈출해서 고향인 여주로 도망쳤다.

대대장이 사라진 원주 진위대에서 정위 김덕제와 특무 정교 민긍호가 중심이 되어 봉기를 준비했다. 1907년 8월 5일 원주 진위대는 일제의 군대 해산 조치를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켰다. 서울 시위대 이후 지방 진위대가 일으킨 최초의 봉기였다. 김덕제와 민긍호 등 지휘부는 무기고를 열어 총과 탄환으로 의병들을 무장시켰다.

의병 부대가 조직되자 감영 주변 장터에 모여들었던 장꾼과 주민들도 속속 의병부대에 합류했다. 군대 해산에 반발해서 일어난 전국 의병 부대 중 가장 강력했던 원주 진위대를 중심으로 한 의병부대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후 원주 일대 의병을 진압하기 위한 일본 진압군 병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김덕제와 민긍호는 의병 부대를 2개로 나누어 대응했다. 김덕제가 이끄는 의병부대를 이끌고 평창·강릉 방면에서, 민긍호가 이끄는 의병부대는 제천·죽산·장호원·여주·횡성·홍천 일대에서 치열한 유격전을 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