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는 문막 후용리에 국산 벼 시범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지난해 1만3천여㎡ 규모로 조성한 시범단지엔 미소찬, 신동진, 알찬미, 삼광1호, 진수미, 현품, 안평 등 7개 품종이 자라고 있다. 사진은 가을 들녘 벼 추수 사진.

농촌진흥청은 국내 벼 품종 재배를 확대해 외래 벼 재배면적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외래종은 밥맛이 좋다'라는 막연한 인식 때문에 대량 재배되고 있지만, 실상은 병해충에 약하고 잘 쓰러져 국내산 벼보다 품질이 낮기 때문. 이에 따라 지난해 5만7천246㏊에 달하던 외래종 재배면적을 2024년에는 1만㏊까지 낮출 계획이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주요 외래 벼 품종은 추청(아키바레),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밀키퀸 등이다. 이들 벼의 총 재배면적은 2018년 7만5천706㏊, 2019년 6만5천974㏊, 지난해 5만7천246㏊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와 충북을 중심으로 외래 벼 품종의 단계적 감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 2023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종자 보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원주시도 외래 벼 품종 대안 찾기에 나선 상태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 관내 벼 재배면적은 2천778㏊이다. 삼광이 1천619㏊로 가장 많고 추청 917㏊, 동진찰벼 76㏊, 해담벼(조생종) 58㏊ 순으로 재배면적이 크다. 원주 전체 벼 재배면적의 1/3정도가 일본산 추청(아키바레)을 재배하는 것. 주로 문막·부론 지역에서 아키바레를 선택한 농가가 많다. 

이에 따라 원주시는 문막 후용리에 국산 벼 시범 재배단지를 설치했다. 지난해 1만3천여㎡ 규모로 조성한 시범단지엔 미소찬, 신동진, 알찬미, 삼광1호, 진수미, 현품, 안평 등 7개 품종이 자라고 있다. 원주 토양과 기후에 잘 맞는지, 생산량은 얼마나 되는지, 병해충엔 강한지 다양한 항목을 조사하고 있다. 

10a(아르·1천㎡)당 단수가 570㎏이 넘는 품종은 공공비축미 매입품종과 보급품종에서 제외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신동진(10a당 596㎏)은 후보군에서 탈락한 상태다. 원주시 관계자는 "내년까지 생육 상태, 수확량 등을 종합해 추청 대안에 대한 결론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품종 결정엔 원주시 당국뿐만 아니라 각 지역농협, 농업인 단체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체 품종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농가들이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볍씨 보급을 중단하지만, 자가 채종을 통해 벼를 재배할 수 있기 때문. 지금까지 '추청'으로 전국 브랜드 평가에서 좋은 상을 받아온 농협으로서도 하루아침에 품종을 변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농가 대부분이 수십 년 동안 한 품종만 재배한 터라 심리적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대체 벼 품종에 대한 수매가를 현행보다 상향 지급하는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쌀 산업이 매년 흑자를 보는 구조가 아니어서 지역농협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