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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수탈 상징' 원주 최초 은행

이기원의 역사 한 스푼, 원주의 등록문화재- ① 제일은행 이기원 북원여고 역사교사l승인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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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제일은행 모습. 원성군청(원성군=원주시의 옛이름)이 지금의 강원감영에 있을 때 한동석 원성군수 취임식 당시 촬영한 사진이다.

10여 년 전, 원주여고 근무할 때 아이들과 역사 UCC 작품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주제 선정과 작품에 대한 방향만 잡아주면 아이들이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 편집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었고, 언제나 감동은 나의 몫이었다.

그때 만든 작품 중, 중앙동 SC제일은행을 주제로 만든 것도 있었다. 중앙동 SC제일은행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은행 건물이 일제 강점기 건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냐?'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취재에 응했던 분들은 대부분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대답했다.

중앙동 SC제일은행 건물은 2004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어떤 느낌일까? 문화재로 등록된 건물이니 왠지 있어 보인다는 느낌이다. 이 건물이 원주 최초의 은행 건물이었다고 하면, "오~! 대단한데." 감탄사도 나온다. 일제 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 건물이었다고 얘기하면, "어, 그래? 근데 조선식산은행은 어떤 은행이었지?" 궁금해진다.

조선식산은행, 어떤 은행이었을까? 독립운동가 나석주 의사 의거를 통해 확인해 보자. 의열단 단원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던 나석주 의사는 일제 경제 수탈 기구를 폭파할 목적으로 국내로 들어왔다. 나석주의 공격 목표는 조선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였다.

1926년 12월 28일 남대문통에 있는 조선식산은행에 폭탄을 던졌으나 불발되었고,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졌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이후 추격해오는 수십 명의 일본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며 항전하다 막다른 상황에서 자신의 총으로 자결했다.

나석주 의사가 폭탄을 던졌을 정도로 조선식산은행은 식민지 수탈을 상징하는 은행이었다. 일본인의 직접 투자와 경영에 의존했고, 조선 총독부의 산업정책을 뒷받침했던 핵심 금융기관이었다.

조선총독부 정책 뒷받침 핵심 금융기관
2004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지정

▲ 2004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SC제일은행. 좌우 대칭형, 위아래로 길게 배치한 창문 등 당시 일본 은행건물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원주 SC제일은행은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으로 사용되던 건물로 1934년 세워졌다. 일제 강점기 세워진 건물이라 전체적으로 좌우 대칭형, 위아래로 길게 배치한 창문, 모르타르 마감 형태 등 당시 일본 은행 건물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원주지점이 설립되었던 1930년대 중반까지 조선식산은행은 산미증식계획 등 조선 총독부의 농업 정책을 뒷받침했다. 1930년대 후반 중일전쟁 이후 채권 발행, 강제 저축을 통해 전쟁 비용과 군수 공업화 정책을 뒷받침했다.

원주여고 아이들이 SC제일은행 건물 앞에서 인터뷰하며 만든 UCC 작품은 '일제 잔재 청산'이 주제였다. 아이들은 원주시민연대를 방문해서 인터뷰하고, 경로당에 찾아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정시대 배웠다며 불러주는 일본 노래를 촬영했고, 우리말과 노래 속에 나오는 일제 잔재를 자료를 통해 보여주었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은 일제 강점기 은행 건물이었던 중앙동 SC제일은행 건물의 활용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도 물었다. 아이들의 취재에 응했던 분들의 의견은 은행으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 실상을 알리고 교육할 수 있는 자료관이나 전시관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중앙동 SC제일은행 건물에 대한 아이들의 문제 제기는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기원 북원여고 역사교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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