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청사 내 주차장에 노인 전용 주차구역을 조성해 시범 운영한다. 고령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이동권을 배려하기 위한 사업이다. 하지만 노인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법적 근거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노인 전용 주차구역 설치에 대해 실효성이 제기된다.

대한노인회 원주시지회는 지난 23일 원창묵 시장과 함께 하는 간담회에서 시청사와 행정복지센터에 노인 전용 주차구역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박유조 원주시지회 부지회장은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고령 운전자들은 시청이나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주차에 어려움이 매우 크다"며 "빈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주차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노인을 위한 주차구역이 따로 마련된다면 이용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노인 배려 차원에서의 전용 주차구역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원 시장은 어르신들의 주차 어려움을 공감하며 "행정복지센터의 경우 주차공간이 협소해 어렵겠지만 시청 내 주차장에는 시범적으로 적은 면수나마 노인 전용 주차구역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원 시장은 "청사 주차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애인과 여성 전용 주차구역의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노인 전용 주차구역의 이용률이 높을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본청만이라도 수요조사를 통해 노인 전용 주차구역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문 출입구와 가까운 주차장에 2~3면 정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곳에는 장애인 주차구역 11면과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2면이 설치되어 있다. 

한편, 노인 전용 주차구역은 별도의 설치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관련 부서에서도 설치를  고심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규모마다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이용자를 장애정도판단기준의 '보행상 장애 표준기준표'에 해당하는 보행장애인으로 정하고, 장애인 주차 가능 표시를 부착하고 주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 전용 주차구역은 법률 규정이 없다 보니 노인에 대한 정의와 주차 위반에 대한 단속, 벌칙 등도 정해져 있지 않다. 고령자 차량임을 나타내는 표시도 없다. 타 지자체에서는 노인 전용 주차구역 지정을 위해 관련 조례를 마련해 설치를 권장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하는 정책과 상충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어르신 우대 차원에서 추진하는 시범 사업으로 고령 운전자의 편의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노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준을 정하는데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