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이 있다면 ‘절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 것.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소비 풍조가 만연했던 우리에게 IMF의 어려움은 ‘아나바다’라는 새로운 생활 패턴을 만들어 냈다.

원주에서도 YWCA를 비롯해 YMCA, 원주밥상공동체에서 아나바다 장터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알뜰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주부들을 뒤쫓아 가봤다.
<김보경 객원기자>


‘알뜰 주부’의 ‘살뜰 쇼핑’ 확산


20만원짜리 겨울 교복도 1만원에 살 수 있어 주부들 북적


어린아이 옷부터 가구, 신발, 식기류 등 종류도 다양


28일 화요일 YMCA 3층 녹색가게. 오늘은 1주일에 두 번 서는 장날. 다음 장은 이틀 뒤 목요일에 선다. 아침부터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드나 들고, 입구에서는 그 동안 들어온 옷가지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의 ‘캐셔’는 한인자씨와 김옥현씨. 자원봉사자들이다. 한씨는 “처음 시작할 때 물건 사러 왔다가 너무 좋아서 시장 열 때마다 오다 보니 단골 손님되고, 4년 전부터 봉사하게 되었어요.” 한씨를 비롯한 자원봉사자 모두가 단골 손님 출신이다.


20만원까지도 나간다는 겨울 교복 새 것이 단돈 1만원이고, 웬만한 점퍼도 3천원이면 족하다. 500원짜리 물건도 있다. 정찰가가 없어 흥정이 길어질수록 값이 떨어지겠으나 ‘캐셔’가 척 보고 매겨주는 값을 그냥 치르는 ‘천사표’ 손님들이다.


세 살배기 아이 옷 너댓 벌을 고른 염순덕씨. 매겨진 가격은 4천원. “오늘 가져 온 게 얼마죠?” 계산대 위에는 깨끗이 빨아 온 운동화 한 켤레가 놓여 있다. “1천500원이요.” “그럼 나머지는 이 걸로 할게요.” 하며 지갑을 여는데 돈이 아니라 푸른색 쿠폰이 나온다. 그 동안 물건을 가져와서 받은 쿠폰들을 사용한 것이다. 물물교환인 셈이다. “한 2주에 한번씩 와서 아이 옷을 주로 사요. 금방 금방 크니까 새 거 사기도 그렇고 해서. 새 것만은 못하겠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워요.”


교복, 한복 등 의류가 주류를 이루고, 그 다음 신발이 많다. 작아서 못 신게 된 아이 신발, 유행이 지나 못 신게 된 숙녀화가 대부분. 숙녀화 중에는 한두 번 신었을까 싶은 것도 눈에 띈다.


구색을 다 맞추지는 못해도 어지간한 손님 상에도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도자 식기류도 진열돼 있다.
어린이 전과, 간혹 보이는 교과서 등 어린이 도서 사이에 작년 봄에 나온 묵은 잡지도 몇 권 보인다. 심심풀이로 사다 놓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작은 플라스틱 3단 진열장에는 먼지 앉은 카세트 테이프가 3, 40개 정도 있다. 몽땅 뒤집어 놓고 찾으면 인기 있는 유아 영어 테이프 ‘고고 영어’도 한 세트를 다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어린이 동화 테이프도 있다. 테이프 한 개 500원.


운동복 차림으로 뛰어 들어와 쌓여 있는 옷더미를 헤집는 홍복녀씨는 아이 체육복을 사러 왔다. 그것도 바지만.


“중학생인데 사기에는 시기도 어중되고 한 짝만 사기도 그렇고 해서 나온 거 있나 보러 왔어요. 바지를 잃어버렸어요, 글쎄. 근데 아이들은 이런 일이 많아요.” 윗도리, 여름 바지를 몇 번 찾아내더니 얼마 뒤지지 않아 “아, 여기 있다”하며 쉽게 바지를 찾아 든다. “자주 이용하는 편이에요. 버리기는 아깝고 입을 수는 없고 하는 옷 갖다 주고 그만큼 가져가죠.”


녹색가게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침대 같은 큰 물건도 거래가 이루어진다. 전화만 하면 공짜로 수거해 준다. 큰 수리는 못해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손을 봐 내놓는다.


주로 찾는 손님은 30~40대 주부들. 아이 옷이나 교복이 인기다. 교복은 내놓기가 무섭게 다 팔린다고 한다.


교복이 인기를 얻기는 YWCA에서 운영하는 아나바다 장터도 마찬가지. 들어오는 것도 계절에 관계 없이 꾸준해 찾는 주부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교복 보러 왔다가 다른 것도 보고 갈 정도라고 한다.


반면 원주밥상공동체(대표:허기복 목사)가 운영하는 녹색장터 이용자 연령층은 껑충 뛰어 50~60대 노인들. 내놓은 옷은 주로 의류. 남자 기지 바지가 특히 눈에 많이 띈다.


허 목사는 “급식이용자나 쪽방 사는 분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아이 옷 같은 것은 없고, 바지는 주로 현장근무자들이 작업복으로 많이 찾는다”고 말한다. 수거하거나 기증 받은 옷의 가격을 매기는 기준은 ‘보통’ 또는 ‘좋다’ 딱 두 가지. ‘보통’은 2천~3천원, ‘좋다’는 5천~7천까지 올라간다. “가끔 새 옷도 있어요. 점포 정리하면서 좋은 일이나 하자며 많이들 보내주거든요. 좋은 옷 들어오면 급식 시간에 옷 들고 광고도 해요. 1천원, 500원 하면서.”(허기복)


급식을 마치고 나온 할머니 너댓 명 가운데 한 할머니가 “시장에서 5만~6만원 하는 거 봤
김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