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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도시재생 동행의 조건 "사람에게 답이있다"

원주 문화도시 순회포럼 '신(新)원주유람단' 김민호 기자l승인2019.08.12l수정2019.08.1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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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전주시청에서 열린 '신(新)원주유람단' 현장포럼.

원주 문화도시 순회포럼 '신(新)원주유람단'이 지난달 27일과 28일 1박2일 일정으로 전주를 찾았다. 문화적 재생에 대한 공부가 가능한 현장을 찾아 '느끼고, 보고, 나누고, 고민하고, 적용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문화관광체육부, 강원도, 원주시가 주최하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원주투데이 신문사, 연세대학교 원주LINC+사업단이 주관했다.

도시재생 및 문화도시 활동가, 에술인, 행정가, 정치인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신원주유람단은 문화적 도시재생을 진행 중인 전주 선미촌 일대와 팔복예술공장, 서학동 도시재생지구 등을 탐방하고 현장포럼을 통해 전주 활동가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도 가졌다. 지난달 27일 전주시청에서 진행된 현장포럼에서 제시된 의견을 정리했다.



문화·도시·재생 동행의 조건
전영철 원주시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문화, 도시, 재생: 동행의 조건'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은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전영철 센터장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문화와 도시재생, 문화적 재생의 개념을 설명했다.

전 센터장은 "문화와 도시, 재생에 있어 동행의 조건은 이미 갖춰져 있다"면서 "인권, 노동, 환경, 운영, 공공서비스, 지역사회, 거버넌스 등 소중한 가치들에 있어 주민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결정에 참여해야 멀리 갈수 있다"고 강조했다.  

6개 IT기업을 유치한 일본 산골마을 카미야마 마치와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손꼽히는 미국 포틀랜드를 예로 들어 '주민 개개인의 도시 미래를 위한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한 전 센터장은 "삶이 곧 문화가 되고 경제가 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 원주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 센터장은 ▷외국 사례의 맹목적 적용 ▷과정이 생략된 재생 ▷이익의 사유화 ▷일상성의 결여 ▷사업주의에 함몰된 획일주의 ▷정치권이나 자본에 의한 권력화 ▷공공성이 결여된 재생 등을 재생의 오류이자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열거한 뒤 지역문화 주체로서 창조인력을 양성할 것과 공동체에 의한 문화 재생산 구조를 지향할 것, 거버넌스의 지속 가능한 재생정책 마련 등을 바람직한 문화적 재생 방안으로 제시했다.

'문화적 재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삶의 전환'이라고 강조한 전 센터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공유하고 지역이 가진 DNA(자원)을 어떻게 해석해 재구성하느냐"라면서 "사람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가 사람을 만들며,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지역을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화도시나 도시재생 모두 지역이 가진 소중한 가치들을 같이 가져가고자 할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를 향한 아름다운 동행, 그리고 멀리가려면 같이 가야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진 왼쪽부터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전영철 센터장, 전주 문화적 도시재생추진단 '인디' 장근범 총괄기획, 학성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변일영 사무장, 전주 선미촌 물결서사 임주아 대표, 어반마이너 김병재 대표.


"사람이 묻고 꽃이 답하다"
장근범 전주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추진단 '인디' 총괄기획

전주시에서는 도시재생뉴딜과 함께 문화적 도시재생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지금도 '선미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서노송동 일대에 추진 중인 '서노송예술촌 만들기'가 그것이다.

서노송동은 전주의 중심 시가지에 위치하고 있지만 가장 낙후된 곳이기도 하다. 성매매집결지라는 지역의 특성상 196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공간의 특성상 지역민의 문화적 삶의 질도 뒤떨어져있다. 원주 학성동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은 지역이다.

전주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추진단 '인디'의 총괄기획자 장근범 작가는 문화적 도시재생은 "사람에게 답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그 곳에서 나오는  에너지들이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 곳에서는 텃밭을 매개로 사람과 문화, 문화와 마을의 유기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주택가 오래된 골목을 활용한 시민장터 '꽃장'도 4년째 운영 중이다. 주민과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스스로 지속적이고 자생적인 문화재생과 활성화가 가능한 마을로의 변화를 위해 배우고(Learn), 키우고(Grow), 만들고(Make), 나누는(Share) 네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텃밭에 작물을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이야기가 오가면서 관계가 형성된다"고 전한 장 작가는 "도시재생은 사람과 공간의 유기성을 잘 염두해서 프로그램을 세팅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다양한 협의체들이 모였을 때 먼저 서로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원주 희매촌 희망마을 만들기
변일영 학성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사무장

학성동의 현황과 학성동 도시재생사업의 추진 계획을 소개한 변일영 학성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사무장은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재생과 관련된 기관들의 역할과 방향성, 문제점을 집었다.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주민이 주도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소통은 여전히 부족하고 형식적"이라고 토로한 변 사무장은 "중앙에서 제시하고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주민들 스스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의 역할을 기대하고 주문하면서 그에 맞는 대우나 보상조차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실제로 일부 활동가들 사이에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회의와 보이콧 움직임까지 있다"고 소개한 그는 "도시재생사업을 왜 하는 것인지, 또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과감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화된 자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나의 사업보다 장기적인 운동의 관점에서 도시재생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변 사무장은 "천천히 가더라도 오랫동안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주민들과 현장센터, 지원센터 모두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면서 "실패를 하더라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행정에서도 역할을 분담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사무장은 또 "이제는 전문가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세상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이제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력해야만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달 27일 전주시청에서 열린 '신(新)원주유람단' 현장포럼.

선미촌, 새로운 물결을 만들다
임주아 전주 물결서사 대표

임주아 전주 물결서사 대표는 "낮과 밤이 다른 이곳 선미촌을 누구라도 언제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동네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청년예술가 7명이 모여 공동 운영하는 예술 전문서점 '물결서사'는 성매매집결지 전주 선미촌에 자리잡고 이 곳에 긍정적인 변화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서점이 있기에는 낯선 동네에 지난 1월 문을 연 물결서사는 단순한 책방을 넘어 지역 문화의 새로운 결을 만들고 있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나 세미나, 작품 전시 등 상설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기존 구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갈 곳을 잃은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작품활동을 이어갈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곳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물결서사라는 이름은 도로명 주소 '물왕멀'에서 따온 물의 이미지를 살려 '물결'이라는 단어와 서점을 뜻하는 '서적방사(書籍放肆)'의 줄임말 '서사'를 결합해 만들어냈다. 이 지역에 대한 젊은 예술인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임 대표는 "주민과 예술가 모두 행복한 공간을 꿈꾸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생존권과 생활권이 모두 보장받는 공간을 주민과 함께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원주스타일 문화와 공간의 동행
김병재 어반마이너 대표

'문화와 공간의 동행'을 주제로 발제한 김병재 어반마이너 대표는 옛 원주여고 진달래관에서 진행한 원주 그림책 시즌제 프로젝트 작업을 소개하면서 문화공간 활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새롭게 지어진 문화공간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유휴공간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흔히 접하게 되는 이유는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의 의사는 무시된 채 활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김 대표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보다 기존 공간을 차별성을 가지고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주 그림책 시즌제를 예로 들어 "완벽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 공간을 바꾸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잘 쓰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밝힌 김 대표는 "2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의견이 제시되고, 수정을 하고, 그러다보니 공간에 대한 다양한 숙제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문화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지속성"이라면서 "공간이 지속적으로 가려면 처음부터 완성을 하지 않고 계속 필요에 따라 만들어 가면 된다"고 했다.

"건축은 한 번에 이뤄내는 서양식 개념"이라고 언급한 그는 "우리는 만들어서 가꾸어 쓴다는 조영(造營)이란 표현이 있다"면서 "원주스타일의 문화공간 만들기는 쓰임을 통해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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