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매지농악 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원주매지농악 활성화와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학술대회'

(재)원주문화재단과 원주투데이 신문사가 공동주최하고 (사)원주매지농악보존회(회장: 강성태)가 주관한 '원주매지농악 활성화와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학술대회'가 지난 25일 매지리 원주매지농악 전수교육관에서 열렸다.

원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5-2호로 지정된 원주매지농악을 새롭게 조명하고 앞으로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통을 보존하면서 창조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도 이뤄졌다.

'원주매지농악의 3중 문제와 미래혁신'을 주제로 김헌선 경기대 교수가 발제했으며, 시지은 경기대 강사, 김은희 경기도문화재위원, 김양원 평택농악 전수조교 등이 각각 '원주매지농악의 특징과 지역적 변별성' '지자체 농악단 운영실태 점검을 통한 농악 전승의 방향 모색' '평택시 무형문화재 지원조례의 제정 배경 및 현황'을 발표했다. 당일 현장에서 제시된 의견을 정리했다.

"시립예술단 운영 가장 이상적"
 기조발제: 김헌선 경기대 교수

기조발제를 맡은 김헌선 경기대 교수는 "원주매지농악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항구적으로 공급원을 확보하고 현재적이고 도시적인 지역 문화단체로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통구조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원주매지농악이 처한 3가지 문제를 근거와 본질, 지속과 변화, 위치와 의의를 통해 거론한 김 교수는 "원주매지농악이 올곧게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은 튼튼한 경제적 기반과 제도적 원만함을 다지는 것"이라면서 "원주매지농악이 전통을 살리면서 현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역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방안으로 현재의 보존회 중심에서 시 차원의 단체 운용으로의 변화를 하나의 방식으로 제안했다. "농악을 온당하게 예우하지 않고 농악인들 만의 희생이나 개인의 흥취와 신명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언급한 김 교수는 "시 지정 단체를 운용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효율적인 단체운영을 위해 지역 시민들과의 연계가 중요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지농악, 영서농악 위상 갖춰
시지은 경기대 강사

'원주매지농악의 특징과 지역적 변별성'을 주제로 발표한 시지은 경기대 강사는 가락과 판굿 등에서 타 지역 농악과의 차이와 인접 지역과의 비교 등을 통해 원주매지농악의 특징을 제시했다.

"매지농악은 장단, 진풀이, 소고잽이, 무동놀이 등에서 평택농악과 친연성이 높고 강릉농악과 유사한 점도 발견된다"고 소개한 시 강사는 "원주매지농악이 평택농악과 강릉농악과의 접점, 즉 경기남부·충청농악과 영동농악의 접점으로 영서농악의 위상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시 강사는 "매지농악은 다양한 진풀이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평택농악과 유사성이 높지만 융화와 분화, 그리고 다시 합화하는 단계로 진풀이를 진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장단과 놀이에 있어서 고유성과 순차적인 진풀이 진행 등은 원주만의 변별성"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 왼쪽부터 김헌선 경기대 교수, 시지은 경기대 강사, 김은희 경기도문화재위원, 김양원 평택농악 전수조교.

김헌선, 튼튼한 경제적 기반과 제도적 원만함 필요
시지은, 장단과 놀이 고유성 원주만이 가진 변별성
김은희, 지방자치단체 지원 문화예술단체 협업 중요
김양원, 인기에 영합 않고 원판 안에서 새로움 추구

안정된 지원 공동체 원동력
김은희 경기도문화재위원

'지자체 농악단 운영실태를 통한 농악 전승의 방향 모색'을 발표한 김은희 경기도문화재위원은 정읍, 남원, 안성, 광명, 천안 등 현재 시립농악단을 운영 중인 5개 지자체의 운영 실태와 운영 준거, 조례 등을 비교해 소개하고 농악의 보전과 전승의 범주를 넘어서 창조적 계승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영서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초·중등학교를 전승학교로 지정하면서 적극적으로 농악을 체험함으로써 미래를 지켜낼 인재를 키워낸 과정은 타 지역에서 찾을 수 없는 원주매지농악만의 성과"라고 평가한 뒤 "민족예술로서의 기반을 유지하고 지역예술로서의 독자성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문화예술단체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정된 지원을 통해 농악단체의 온전하고 안정적인 전승활동이 곧 지역문화의 독자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길이자 지역공동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 김 위원은 "농악의 가치 전승을 위해 지자체 농악단이 유용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시립'이라는 이름에 묶여있는 한계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례로 자치단체 예속 최소화
김양원 평택농악 전수조교

'평택시 무형문화재 지원조례의 재정 배경 및 현황'을 발표한 김양원 평택농악 전수조교는 실무자로서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시립예술단 운영과 무형문화재 지원조례를 통한 지원의 장·단점을 제시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평택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조례'가 제정되기까지 과정과 시행 상황을 소개한 김 전수조교는 '예속의 최소화'를 조례제정의 장점으로 꼽았다. 조례제정이 시립화에 비해 운영면에서 자유롭다는 주장이다.

조례가 제정된 후 회원들의 생활안정, 활발한 전승활동, 인적지원 확대, 정체성 확보 및 시민들의 관심 증대 등을 긍정적 변화로, 시 관계부서와의 충돌, 전승 지원금의 불확실성, 회계관리의 어려움 등을 해결 과제로 언급한 김 전수조교는 "창조적인 공연을 하더라도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우리가 가진 원판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발제 후 이어진 종합토론.

종합토론: "변화 모색 앞서 정체성 충분히 고민해야…"

장정룡 강릉원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종합토론에서는 시립예술단과 무형문화제 지원 조례를 통한 지원방안 및 보존과 계승, 시대적 변화요구 등을 놓고 토론자들 간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허정주 전북대 농악·풍물연구소 연구원은 "시립예술단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기 앞서 정체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립예술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민들의 동의와 합의가 우선"이라고 언급한 허 연구원은 "시립예술단을 운영 중인 지역마다 토착농악이 점차 사라지는 현실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이 주장한 시민 합의의 중요성에 동감을 표시한 시지은 경기대 강사는 "초·중·고는 물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활동 및 공연을 활발하게 전개한다면 시립에술단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서은 경북문화재전문위원은 "시립화와 지원조례 제정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원주매지농악보존회 실정에 무엇이 맞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으며, 서수희 강릉농악 전수조교는 "지자체의 도움 없이 우리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농악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발전 변화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립화는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본 박종수 원주역사박물관장은 "매지농악보존회와 한국전통예술단 아울을 분리, 보존회는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지역적 특성을 가진 매지농악을 계승하고, 아울은 시립화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립화의 단점을 보완, 운영을 이원화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힌 곽문근 원주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은 "전수교육관을 관광자원화 하는 등 기능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존과 계승 모두 중요하지만 원주나 평택 모두 그 마을 주민들이 없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황도근 상지대 교수는 "시립화가 필요하지만 지자체나 단체장으로부터 휘둘리지 않도록 시민들로 이루어진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 농악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정룡 강릉원주대 교수는 연암 박지원 선생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들어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면서 "장단점이 있겠지만 시립화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우리 농악을 되살려 놓고, 그 후 나타나는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