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원주DB와 서울SK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 (사진제공: 원주DB프로미)

약체 평가 딛고 일궈낸 값진 성과 박수받기 충분

10년 만에 네 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 원주DB가 결국 체력의 한계를 실감하며 고개를 떨궜다. 원주DB는 지난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서울SK에 80대 77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2승 4패를 기록,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안양 KGC를 3연승으로 물리치고 홈에서 열린 챔피언시리즈 1·2차전을 모두 승리했을 때만해도 원주DB는 우승컵을 손에 쥔 것처럼 보였다. 강력한 압박수비와 거침없는 외곽포,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20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혈투 끝에 패한 3차전과 종료직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테크니컬 파울에 울어야 했던 4차전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2연승 후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상대팀으로 넘어간 데다 박지훈과 김영훈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활발한 로테이션으로 상대를 압박했던 원주DB의 장점까지 사라졌다. 두경민과 윤호영, 이우정 등이 분전했지만 결국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내리 4연패를 당하며, 챔피언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원주DB가 보여준 투지와 열정, 그리고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성과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허웅의 군입대와 윤호영의 부상, 김주성의 노쇠화 등으로 최약체로 지목된 시즌 전 평가와 비교하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성적표다. '역사상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팀'이라는 찬사가 쏱아지는 이유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리빌딩 전문가 이상범 감독이 있었다. 이 감독은 부임과 함께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심었고, 구심점을 빠르게 만들었다. 서민수, 김태홍, 이우정, 김영훈, 박지훈 등 주로 벤치를 지키던 선수들에게 출전기회를 공평하게 주며 팀 전력을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노련한 김주성과 윤호영을 경기 후반에 배치, 뒷심을 강화했다.   

만년 유망주 두경민이 당당히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고, 올시즌 최고의 용병으로 평가받는 디온테 버튼이 승부처마다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벤슨과 김주성도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몸을 던지며 헌신했다. 개개인의 선수가 아닌 하나의 팀으로 뭉친 탄탄한 팀워크야말로 올 시즌 정규리그 1위의 원동력이다.

이상범 감독은 6차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맡은 바 역할을 다 해줬다"며 "우리는 패배했지만, 패자는 아니다"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어 "어려운 팀을 맡아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시켰다. 같이 힘써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7~2018 시즌 원주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든 원주DB의 긴 여정은 준우승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돌풍을 넘어 태풍이 된 원주DB의 올 시즌 활약은 시민들에게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