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질환을 진료하면서 가장 흔하게 보는 증상 중의 하나가 바로 항문 출혈이다.
대변을 보고난 후 휴지에 묻어나는 경우부터 변기에 똑똑 떨어지거나 대변이나 점액과 같이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항문은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에 이어 마지막 기관이다. 따라서 소화기관 어느 곳의 문제로 인해 출혈이 야기되는지 가끔 감별이 쉽지 않을 수가 있다.

물론 출혈양상만으로도 대충 짐작은 할 수가 있다. 단순하게 흑색변의 경우는 주로 위나 십이지장의 염증이나 궤양성질환 등의 상부위장관의 출혈을 의심할 수 있으며, 점액성 혈변이나 검붉은 색의 변을 보는 경우는 우선은 대장암이나 염증성대장질환, 게실출혈, 감염성대장염, 용종에 의한 출혈 등 여러 가지 대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선홍색 출혈로 휴지에 묻는 정도라면 대부분은 항문양성 질환 즉 치질(치핵), 치열을 의심해도 된다. 치핵에 의한 출혈은 선홍색이고 통증이 없으며 대부분 변기에 똑똑 떨어지는 경미한 정도이나 아주 심한 경우에는 혈색소수치가 정상인의 절반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심한 빈혈을 동반하기도 하며 수혈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배변시 통증이 동반되고 휴지에 묻어나거나 변기에 떨어지는 선홍색 항문출혈로 내원하는 경우는 주로 치열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치열로 인한 출혈은 치질(치핵)과 달리 잦은 재발과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급성의 경우 배변관리 및 좌욕만으로도 일주일이면 대부분 호전을 보이나 자주 치열이 재발하거나 만성치열로 진행 시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항문출혈이 있을 경우에는 적절한 진료가 필요하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고 치질이나 치열 때문에 생긴 출혈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치질 연고 등으로 자가치료하며 지내다가 후에 직장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항문 출혈이 있을 경우에는 꼭 적절한 진료를 통해 원인을 알아야 하며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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